수 많은 테너들이 우상으로 추앙하는 테너가 있다. 20세기를 통틀어 그를 능가하는 테너는 없다고까지 평가받는 엔리코 카루소(1873~1921)다.
그는 국내 청중들도 좋아하는 노래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로 유명한 아름다운 해변 도시 나폴리(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이곳에서 카루소는 어린 시절 교회와 카페 등에서 노래를 불렀고 이후 정식으로 성악 공부를 시작해 22세부터 무대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아버지는 카루소가 기술을 배워 기계공이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루소는 강한 의지로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행운도 따르는 편이었다.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과 움베르토 죠르다노의 오페라 ‘페도라’, 이 두 작품 초연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이 공연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성공에 힘입은 카루소는 성악가로서 전 세계를 누비게 된다.
카루소의 노래는 극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실히 그의 가창은 이탈리아 말로 ‘쿠오레(Cuore·마음)’를 뜨겁게 달군다. 카루소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이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그의 목소리의 울림과 힘은 정말로 대단해 마치 파이프오르간 같았다고 한다. 현재 남겨진 그의 녹음들은 모두 기술력이 열악했던 1900년대 초반에 이뤄져 지금 들으면 자칫 그 위대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음반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의 성악 예술이란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셈이다.
카루소 아내의 말을 빌자면 그는 평소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과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주시하려고 노력했는데 자기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종종 제 3자처럼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평론가들의 비평을 아주 관심 있게 읽었고 그것들을 스크랩해 놓았다고 하는데, 비평을 보면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와 연기에 대해서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귀로 들리는 본인의 목소리와 실제 청중에 전달되는 목소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언제나 청중 입장에서 어떤 발성과 가창이 좋은 것인지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정한 무대 예술가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이러한 음악에 대한 겸손함이 후대 수많은 테너들을 그의 추종자로 만들지 않았을까. (테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