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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팔아먹은 교수들

표지갈이 등 저작권법 위반 혐의 179명 기소… 유죄땐 대규모 교수 퇴출 가능성

대학전공서적 '표지갈이' 사건
14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직원들이 대학 전공서적 가운데 '표지갈이'된 책들의 사본을 진열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 교수 179명을 기소했다. /의정부=연합뉴스


다른 사람의 책을 자신의 저서처럼 표지만 바꿔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 교수 179명이 무더기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학 교수가 이 같은 '표지갈이'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단일 사건에 이처럼 많은 기소가 이뤄진 것도 초유의 일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교수들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각 대학 재임용심사에도 반영되면서 대규모 교수 퇴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4일 변모(55) 교수 등 전현직 대학 교수 74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고 비교적 죄질이 약한 105명을 약식기소(벌금형 청구)했다. 정식 재판에 넘겨진 74명은 표지갈이 서적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하거나 2권 이상 가짜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약식기소처리된 105명은 1권만 표지갈이를 하거나 범행을 눈감아준 원저자다.

검찰은 교수들과 공모해 책을 발간한 임모(72)씨 등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표지갈이가 벌어진 대학은 110곳에 이르러 전국 각지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 가운데는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명문 사립대 교수도 있었으며 학과장 교수도 9명이나 포함됐다. 지역별로 대전·충청, 인천·경기, 광주·전라도 지역은 30명 이상 적발됐다.



표지갈이는 책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제목의 한두 단어를 바꾸거나 디자인만 수정하는 수법으로 이뤄졌다. '인간과 환경'이라는 책은 무려 21명의 가짜 저자가 표지갈이로 이용했다.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알아챌 수 있는 범행임에도 그동안 적발되지 않았던 이유는 가짜 저자, 출판사, 원저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런 관행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우선 가짜 저자는 표지갈이 서적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하거나 강의 교재로 사용해 제자들에게 권위를 인정받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 출판사 임직원은 비인기 전공서적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공범으로 가담했으며 먼저 교수들에게 범행을 제안하는 경우도 많았다. 표지갈이를 눈감아준 원저자는 추가적인 출판 기회, 인세 등 이익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범행에 참여했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표지만 바꾼 책인 것도 모르고 강의 교재라고 하니 살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만 우롱당한 셈"이라며 "앞으로 이와 같은 연구 부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확대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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