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신중해야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미래의 전쟁을 ‘5차원 전쟁’이라고 한다. 육·해·공 3차원 전장에 우주와 사이버 공간이 추가된다는 뜻이다. 소형 군사위성이나 성층권 비행선이 통신을 중계하고 적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된다. 적 정보망도 해킹해 지휘통신 체계를 교란시키고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며 고효율 정밀 타격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최근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5차원 전쟁은 병력 수가 아니라 첨단 국방기술과 무기 체계에 달려 있는데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소총수보다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해 국방 현대화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올 초 정부는 ‘제3차 과학기술 인재 육성·지원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0년까지 핵심 역량을 갖춘 과학기술 인재 40만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해외 우수 인재 유치 계획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야심 찬 계획에도 현실은 암울하다. 우선 2022년까지 박사급 고급인재 1만2,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44위로 18번째로 두뇌 유출이 많은 나라로 조사됐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우수 과학기술 인력이 국내에 체류하며 연구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좋은 유인책이다. 이공계 병역특례제도가 폐지되면 중소기업의 취약한 연구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있어 중소기업은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야 정치권 등이 병역특례 폐지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가 계속 이공계 병역특례제 폐지를 고집한다면 고급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나 미래 신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가의 주요 정책이 좌초할 우려도 적지 않다. 국방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 확대로는 턱도 없다. 학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장교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라 고급 연구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R&D) 연속성 보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석사·박사급 인력을 국방부 소속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복무하게 한다 해도 국방부의 R&D 사업이 연구 인력의 전문성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대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에서 과연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할까 싶다.

따라서 정부는 우수 인력 확보와 신성장동력 창출 역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각 부처를 초월한 별도 기구에서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수 인력 확보라는 대전제 아래 병역특례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 간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방 현대화로 국가 안보를 지키고 신기술 개발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모두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달렸다. 5차원 전쟁뿐 아니라 미래 산업기술 전쟁에서도 승리하려면 병역특례제 폐지는 안 된다.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