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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연주가와 오디션 그리고 청중

유정필 테너




프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꽤 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일단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악기가 됐든 성악이 됐든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든 단시간에 높은 수준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항상 시험의 무대에 서야 하는데 이것은 연주자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오디션을 봐야 하고 연주자로 활약하기 위해선 여러 경연(콩쿠르)에 나가 좋은 결과도 만들어야 한다. 여러 시험대를 거쳐 여기저기에서 찾는 프로 연주자가 됐을지라도 연주를 위해 청중 앞에 서는 일은 오디션이나 다름없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요즘 세계 음악계에 우리 음악인들의 활동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다. 대중음악은 이미 K팝이라는 장르가 된 지 오래고 클래식 분야에서도 우리 음악가들이 세계 곳곳의 주요 공연장 무대를 오르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리 음악인들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놀랍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을 보면 우리 젊은 음악인들의 연주 실력이 이제 서양의 음악을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 잘 표현하는 수준까지 와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콩쿠르를 포함한 여러 주요 오디션을 거쳐 프로 연주가가 된 그들을 청중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실 이 같은 과정은 연주자로서 첫발을 내딛고 출발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한 연주자가 동일한 곡을 연주할지라도 그의 20대와 40~50대 시절의 연주는 같을 수가 없다. 한 연주자가 프로 연주자로서 연주를 시작했을 때 청중은 그의 음악적 미래에 동행하길 자처하고 연주의 변화 과정을 함께 해주어야 한다.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하거나 중요한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해내었을 때 잠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평생을 통한 예술세계를 지켜보면서 그 음악을 천천히 음미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연주자는 진정으로 그의 예술세계에 몰입할 수 있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해 갈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젊은 연주자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가 됐다. 그들이 젊은 시절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연주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첫째는 물론 연주자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그들의 연주를 바라보는 우리 청중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막 유명세를 일으킨 연주자의 현재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그의 음악을 들어주고 격려하며 평가해 줘야 한다. 연주자는 청중의 관심과 격려를 통해 성장한다. 역사에 남는 훌륭한 연주자는 청중이 만드는 것이다.(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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