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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서 내쫓기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어디로 가나"

건보와 차별대우도 심각했는데

정부 '진료비 지원' 차등 축소 등

'장기입원 억제' 수가 개편 앞두고

용인정신병원 200여명 강제퇴원

건보위주 입원환자로 물갈이 나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정신질환자 입원병동은 24시간 온수가 나오고 환자에 따라 당뇨식·저염식·치료식 등이 나옵니다. 반면 (정부가 입원·진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수급자 입원병동은 시설도 열악하고 온수가 아침·저녁 1시간씩만 나옵니다. 해지거나 찢어진 환자복을 그대로 또는 기워서 입고 별도의 환자 치료식 등도 없습니다.”(홍혜란 용인정신병원 노조 지부장)

17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 5명이 최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공동개최한 ‘정신병원의 현황과 공공성 강화’ 토론회에서 나온 증언이다. 사립 정신병원의 대표주자 격인 용인정신병원은 병동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최근 200여명의 의료급여 환자를 강제퇴원 조치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자의 불필요한 정신병원 장기입원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수가(酬價)를 개편,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어서 선제적인 ‘입원환자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지난 8년간 동결된 의료급여 수급자 1입원일당 정액수가(입원료·진찰료·약값·식대 등 포함) 4만7,000원의 1.55배인 건강보험 적용자 위주로 환자 물갈이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입원 90일까지는 의료급여 입원환자에게 기준수가의 15% 더 얹어줘 조기 집중치료를 지원하되 90일을 넘기면 이를 없애고 210일과 300일을 넘기면 각각 10%, 15% 줄인 입원·진료비를 병원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장기입원을 되풀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퇴원한 지 3개월이 안 돼 다른 병원에 입원하면 신규 입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깎인 수가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방안이 시행으로 이어지면 정신병원에 입원한 7만여명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퇴원 후 어디로 갈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입원기간이 180일, 360일을 넘긴 의료급여 수급자에게는 각각 입원·진료비의 5%, 10%를 깎는 제도만 시행하고 있다.





“의료급여, 건보 수준으로 현실화

퇴원 사회복귀 인프라 확충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정신병원 입원·진료수가를 건강보험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퇴원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문 전 국립공주병원장은 “의료급여 입원자 정액수가를 폐지하고 건보 환자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조기 집중치료 유도, 장기입원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는 “퇴원자에게 필요한 게 주거시설인지 낮시간 보호인지, 어떤 종류의 사회복귀시설인지 등을 판정·권고하고 적합한 시설을 연결해주는 지역정신건강센터가 인구 15만∼20만명당 1곳, 자립·재활·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은 10곳가량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계적 목표를 세워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특히 지난해 말 전국에 333곳뿐인 사회복귀시설(입소자 2,280명, 미입소 이용자 4,582명)은 국고지원이 안 돼 지자체들이 투자에 소극적인데다 주민들의 기피로 확충이 쉽지 않다. 황태연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은 “미국에선 입원시설을 줄이고 장기주거시설로 전환, 1년가량 사회 복귀 준비를 지원하는 주립 정신병원이 늘고 있다”며 “병원보다 환자 이용료, 정부·지자체 운영비가 덜 들고 주민 반대도 덜해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사회복귀시설에 일시적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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