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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 - 찬성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와치 공동대표

소비자·기업 모두 손해보는 反시장 규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핵심 조항인 지원금상한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단통법은 모든 소비자가 가격차별 없이 투명하게 휴대폰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3년 시한을 전제로 지난 2014년 10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법 시행 후 휴대폰 판매가 줄어 시중 판매점들이 경영난을 겪는데다 내수진작에도 지장을 주자 정부는 지원금상한제의 상한선을 대폭 높이는 방식 등으로 사실상 사문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원금 제한 폐지 찬성 측은 현행 25만~35만원 수준인 지원금 상한을 없애면 이동통신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 소비자들이 실질적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폐지 반대 측은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소비자가 높은 지원금 혜택을 받으려면 그만큼 더 비싼 이동통신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만 커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이병태 KAIST 교수




정부 일각에서 단통법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뒤늦게 들었는지 지원금상한금 폐지를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자 일부 정치권이 또 인기영합적 시장개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그간 이 규제를 철통같이 옹호해온 미래창조과학부는 별도의 설명도 없이 중저가 요금제에도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시장 개입 의지를 강화하는 엇박자를 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우선 단통법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었느냐는 논쟁에 앞서 이런 규제가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 과연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한다. 2008년 미국 통신위원회의 소위 우리나라 단통법과 같은 ‘단말기와 통신요금의 결합 금지 조치’에 대한 공개 청문회에서 현재 크렘슨대 석좌교수인 해즐릿 교수는 이러한 규제의 본질은 통신사의 지원금이라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으로 만약 통신사 사장들이 모여 몰래 협의했다면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될 상황이라고 단정한 뒤 핀란드와 한국에서 이뤄진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의 피해만 발생시켰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현재 단통법은 그동안 단말기보조금 규제에 대한 처벌을 훨씬 강화했을 뿐 아니라 기업이 결정할 단말기지원금을 포기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통신요금 할인폭까지 정부가 결정해 사실상 통신산업 국유화에 가깝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악성 규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국민에게 값싼 통신비를 내게 하고 동일한 가격의 단말기를 제공하고 싶으면 한국전력을 통한 전기처럼 정부가 통신산업을 국유 또는 공기업화해 원가 이하에 공급하고 손실은 세금에서 메워주는 식으로 하면 쉽게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이 일어나는 산업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면 산업이 발달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 규제완화가 일반적 추세다. 통신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정치권의 무분별한 인기영합과 관치경제의 망령이 시대착오적이고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규제 괴물을 출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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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해즐릿 교수가 증언한 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최신폰을 하나 구입하면 하나를 무료로 주는데다 가상현실(VR) 장비와 게임을 제공하고 넷플릭스 1년 무료 구독권도 주는 판촉 행사를 하고 있다. 통신사에 따라서는 최신폰 구입에 중형TV를 무료로 주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최신폰을 사면 20만원대의 지원금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국내 소비자들은 수십만원 이상 비싸게 사는 것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는 감소하는 게 상식이다. 그간 규제당국은 이러한 상식마저 부정해왔고 수천 개의 판매점이 문을 닫아도 경제에 피해가 없다는 식의 억지주장을 해왔다.

정부는 단말기지원금을 규제하면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규제당국은 이 법의 시행으로 소비자 평균 가입요금이 15% 줄어들었다고 선전해왔다. 가입요금제는 실제로 지불하는 통신요금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이통3사의 통신 수입을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 1·4분기와 비교하면 2015년 1·4분기에 알뜰폰 구매자를 포함한 모든 소비자는 월평균 약 416원의 통신비 지출이 늘었고 1·4분기를 2014년 1·4분기와 비교하면 397원가량 늘었다. 알뜰폰을 제외한 월평균 지출 증가액은 841원과 925원으로 더 커진다. 2015년과 2016년을 비교해도 알뜰폰을 포함하면 고작 19원 감소하고 일반폰은 84원 증가했다. 즉 단말기지원금 규제가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로 정책당국이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지원금상한선 폐지만으로는 단말기지원금 경쟁이 일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단통법은 판매자들이 1주일 전 할인을 모두 예고하고 공지하게 해 가격할인을 할 이유를 거의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말기지원금을 통신요금할인제와 묶음으로써 정부가 상품결합을 강요하는 꼴이다. 이런 독소조항을 제거하지 않고 상한액만 올려서는 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단통법의 완전한 폐기가 답이다.

경제는 침체일로에 있고 청년 실업률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제 중국의 거친 도전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 기업들이 자유로운 가격정책을 쓸 수 없게 만든 것이 단통법이다. 당연히 시장 자율이 확대돼 이러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경제를 정치화하는 인기영합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도 통신사의 연간 대당 영업이익이 3만~5만원에 불과한데 13만원이 넘는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 세금으로 통신비를 보조해줄 요량이 아닌 다음에야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인기영합적 규제가 초래한 피해는 단통법으로도 충분하게 넘치고 남는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컨슈머와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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