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회귀 전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말 가장 공을 들였던 외교정책이다.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안보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설정하고 유럽 문제는 사실상 영국에 일임해왔던 것.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에는 미국을 대신해 중동·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설 국가를 찾기 어려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이 구축한 서방의 안보체제는 급속히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서방의 거미줄 같은 동맹관계를 약화하며 외교 면에서도 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의 동맹 구축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다시 한 번 미국·유럽 관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컨센서스를 재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집중한 ‘아시아 회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을 통해 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브렉시트는 여기에 임기 말인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마저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임 8년간 ‘열린 경제’를 표방하며 공을 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IPP) 등 굵직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승리하든 FTA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상황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임기 중 TPP 비준을 받아 임기를 마무리하는 업적으로 삼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 직후 TPP 비준 추진계획이 클린턴 전 장관의 반발로 막힌데다 대선 전에 이를 밀어붙일 경우 부동층의 마음을 잃게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규제 없는 자유무역’에 거부감을 느낀 프랑스의 반대로 2013년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미국과 EU 간 무역협정인 TIPP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더욱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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