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보의 유해성 판단은 청소년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대신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찾고 가치를 판단해 지식으로 활용하기까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공공도서관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28일 열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개관 1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잉리트 본(사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어린이청소년도서관분과 의장은 인터넷 시대 공공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클릭 몇 번으로 어떤 정보든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 시대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칫 불법·유해 정보에 빠질까 우려해 정보 필터링 등으로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인터넷의 속성상 불가항력”이라면서 “청소년들이 정보의 올바른 가치 판단과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유해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공공도서관 컨설팅을 하는 정부 기관인 레인브링크의 고문으로도 활동하는 본 의장은 시대 변화에 맞게 도서관 운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중지능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개인마다 반응하는 정보가 다르다고 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런데 도서관은 그동안 언어에 관련된 정보 서비스에만 집중해왔다. 각자 다른 감성과 인성을 키워가는 미래의 주역을 위해 도서관은 이제 이색적인 정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서관이 조용해야 한다는 통념은 버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본 의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헤이르휘호바르트도서관에서 시도한 ‘100가지 재능을 가진 어린이 도서관(The Library of 100 Talents)’의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도서 선정에 참가하거나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등 도서관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대부분의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은 성인 도서관의 축소판처럼 운영되는 경향이 짙었다”며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스로 이용할 책과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도서관 이용률이 더욱 늘었고 찾아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늘 함박웃음이 가득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어 “교사, 사서, 관련 기관 전문가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고유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제는 협업을 해야 한다”면서 “세상의 지식이 구분돼 있지 않은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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