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물 폭탄을 안겨준 장맛비가 주춤하는 사이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각종 시설물과 농작물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다음주 초 강한 비바람마저 몰아칠 것으로 보여 재해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8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전국에 걸친 집중호우로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 1,222㏊가 침수됐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411㏊가량 물에 잠겨 피해가 가장 컸고 전남 341㏊, 경기 332㏊, 부산 90㏊, 전북 47㏊ 등으로 집계됐다. 이번 침수 규모는 2011년 1만4,892㏊ 이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여름철에 마른장마를 고심해야 했던 2013년과 지난해는 침수면적 ‘제로(0)’였던 터라 오랜만에 찾아온 여름철 집중호우로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철 풍수해 사망자 77%가 집중호우로 사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전처에 따르며 지난 10년간 풍수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270명이며 이 가운데 집중호우 사망자가 207명을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로 강원 정선군에서 승용차가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안전처 관계자는 “7월 집중호우로 일부 지역에선 한해 강수량의 30%가량이 쏟아지는 등 강도가 높았지만 사고자는 예년에 비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한 장맛비에 이어 여름철 불청객인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1호 태풍 ‘네파탁’은 세력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서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는 11~13일 전국에 강한 바람과 폭우를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처 재난 대응 첫 시험대
72시간 비상체제 등 총력전
이처럼 자연재해가 잇따라 들이닥치면서 안전처의 자연재난 대응 능력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안전처가 출범한 2014년 이후 여름철에 이렇다 할 자연재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최근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부처 간부와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안전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중앙부처 담당국장과 전국 시·도 부단체장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태풍 내습 72시간 전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해 선박을 안전지역으로 피항시키기로 했다. 또 인명피해 우려 지역 3,009곳에 공무원과 마을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담관리자를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침수위험이 있는 17만4,321가구의 반지하주택 등은 양수기와 모래주머니 등 침수방지시설을 비치하고 태풍 영향권 내 야영장과 해수욕장 등은 사전 폐쇄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풍수해가 없어 자칫 방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들은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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