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에 재진입한 골프는 남자부 톱랭커들의 연쇄 불참 선언으로 2024년 올림픽에서 퇴출할 위기에 몰렸다. 골프는 2020도쿄올림픽까지는 정식종목으로 유지되지만 2024년 대회 잔류 여부는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투표로 가려진다.
골프 종목은 위기일지 몰라도 출전선수들에겐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없다. 왓슨과 리키 파울러(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2명이 나서는 한국도 메달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 대표팀의 안병훈(25·CJ)과 왕정훈(21)은 세계랭킹이 각각 31위, 76위지만 올림픽 출전선수 60명 가운데서는 각각 10번째, 26번째다. 특히 안병훈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는 왓슨,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파울러, 대니 윌렛(영국), 저스틴 로즈(영국), 가르시아, 패트릭 리드(미국), 맷 쿠차(미국), 라파엘 카브레라 베요(스페인) 뿐이다. 출전권을 가진 선수 중 18명이 무더기로 불참하고 세계 15위 안 선수 중 7명이 빠지면서 안병훈은 단숨에 톱10으로 올라섰다.
안병훈은 지난해 5월 유럽 투어의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2위와 6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해 유럽 투어 신인왕에 올랐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 오픈도 제패했다. 올 시즌도 유럽 투어 톱10 4회 진입, 5월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 준우승 등으로 순항하고 있다. 아버지 안재형씨는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이라 부자(父子)의 올림픽 메달 동반 수확도 기대할 만하다. 왕정훈도 유럽 투어가 주무대다. 5월 2승을 올리며 한국남자골프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림픽 남자골프는 8월11~14일 리우 바하 지역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다.
14일부터 나흘간 스코틀랜드 사우스아이셔의 로열 트룬GC(파71·7,064야드)에서 벌어지는 제145회 브리티시 오픈은 올림픽 전초전이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인 이 대회엔 올림픽 출전명단 중 톱10 선수들에다 올림픽에 불참하는 빅4가 총출동한다. 안병훈은 올림픽에 함께 나서는 리드와 1·2라운드를 동반 플레이한다. 한국선수로는 안병훈, 왕정훈 외에도 김경태, 노승열, 이수민, 이상희가 출사표를 던졌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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