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여성혐오’ 논란으로 뜨거웠던 한국 힙합계에 여성 혐오를 저격하는 노래가 발매됐다.
14일 오전 한 커뮤니티에는 “여성혐오 저격하는 아이돌 래퍼 가사.txt”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주인공은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라비이다. 라비는 이날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한 신곡인 ‘DamnRa’를 공개했다. 라비의 노래에는 “여자들을 깎아 내리는 가사로 반응을 바라는 래퍼들 X까좝사”라는 가사가 있다. 이는 그간 한국 힙합의 단골 주제였던 여성 혐오적 가사들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쇼미더머니 4’에 나왔던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로 ‘송부인과’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블랙넛은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수준의 욕설과 여성 비하적 가사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인 7일에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여성 혐오 관련 가사로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랩몬스터의 노래 ‘농담’에는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감질/쏘(so) 존나게 잘해 갑질/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방탄소년단은 여성이 갑질을 한다는 논리를 펼칠 뿐만 아니라 성병을 속되게 낮춰 부르는 ‘임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Mnet의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출현했던 중식이 밴드도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중식이 밴드의 노래는 ‘야동을 보다가’와 ‘선데이 서울(Sunday Seoul)’ 등으로, 특히 ‘선데이 서울(Sunday Seoul)’은 ‘빚까지 내서 성형하는 소녀들/빚 갚으려 꿈 파는 소녀들/빨간 집 붉은빛이 나를 울리네’라는 가사로 여성들이 성형을 하기 위해 빚을 내고 몸을 판다는 여성 비하적 논리를 펼쳤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서 빅스 라비의 ‘DamnRa’라는 노래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가사 한 줄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한국 힙합계를 뜨겁게 달궜던 여성 혐오 가사들에 대한 비판의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한국 힙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네티즌들은 “빅스 라비의 엄청난 입구다” “한국 힙합에도 이런 노래가 나오다니…진심으로 응원한다”등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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