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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시선 따라 색다른 모습...'판교 엑소우스'

튀는 외관에 햇볕 가득한 실내 … “아파트선 꿈도 못꿀 자유로운 삶”

각각의 방향에서 뻗어나오는 사선들은 엑소우스만의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주택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것도 그 덕분이다./사진=송은석기자




서울 강남에서 차로 20분여를 달려 도착한 서판교의 단독주택 밀집지역. 지난 2006년 공급될 당시만 하더라도 미분양을 기록하며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곳인 만큼 몇몇 부지가 비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미 대부분의 필지에 고급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고 잘 정비된 길과 조용하고 쾌적한 주변 환경 등은 저절로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연 돋보이는 외관을 가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종이접기를 해놓은 듯한 모습으로 시원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주택이 서판교의 고급주택촌 내에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엑소우스(X+HOUSE)’다.





● ‘건축 문외한’ 부부의 도전

꿈꾸던 집 짓고 싶었지만 경험 없어 고전

이현수 호수건설 사장 만나 만족스런 결실



엑소우스의 건축주는 조성준·오현정 부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는 본래 일반적인 아파트에 거주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가족이 중심이 될 수 있는 단독주택에서 보다 많은 추억을 쌓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 서판교에 집을 짓고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오씨는 “원래 닫혀 있고 갑갑한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좀 더 개방적이고 시원한 주거공간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일은 순조롭지 못했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부부가 직접 설계사무소나 시공업체를 찾아다니고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들을 도운 것은 남편과 가까운 선배인 이현수 호수건설 사장이었다. 이상적인 집을 짓고는 싶었지만 경험이 없어 고전하던 부부의 부탁을 이 사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사장은 “엑소우스 건축의 총괄 프로젝트 매니징을 맡아 사내의 인적 자원과 협력업체 등을 동원해 건축을 진행했다”며 “건축주와 유기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완성된 주택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택의 1층 거실은 아일랜드 테이블과 소파 하나를 제외하면 기둥 하나 없는 넓은 공간으로 구성됐다.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강조하고자 했던 건축주의 의지가 반영됐다./사진=송은석기자


● 세련되고 색다른 외관

‘붉은 도료+흰색 가변’ 세련된 조화 돋보여

도로쪽 창 배치 최소화한 과감함도 눈길



엑소우스의 외관은 어느 방향에서 봐도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네모 반듯한 모습으로 쉽게 질릴 수 있는 일반적인 주택의 디자인과는 전혀 다르게 각각의 방향에서 뻗어나오는 사선들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현대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색의 배합도 엑소우스의 외관에 힘을 보탠다. 구조를 담당하는 벽체는 붉은 도료를 사용하고 그 위를 흰색 가변이 덮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을 구현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완스디자인연구소의 설계안을 기본으로 건축주와의 협의를 거치며 완성해나갔다. 엑소우스라는 이름은 조씨가 운영하는 회사 이름에서 ‘엑스(X)’라는 단어를 따와 ‘하우스(HOUSE)’와 결합해 만들었다.

독특한 디자인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창의 배치다. 외부에서 봤을 때 집에 창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 사장은 “도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창의 배치를 최소화해 사생활의 노출을 막았다”며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질 수 있는 수준에서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주택 천창의 통 유리를 통해 내리쬐는 빛은 집 안 전체를 환히 밝혀준다./사진=송은석기자


●달라진 가족의 삶

뻥 뚫린 천창 통해서 집안 곳곳에 햇빛

내력벽 없는 무주공법으로 거실도 ‘시원’

외관을 둘러보며 들었던 의문 중 하나는 불을 켜지 않고 집 안에서 생활이 가능한 지의 여부였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의문은 완벽하게 해소된다. 마치 야외에 나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햇볕이 집 안 곳곳을 밝히고 있어서다.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주택 외벽 대신 천창에 통유리를 둔 덕분이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위를 올려다보면 뻥 뚫린 천창으로 스며드는 빛을 마주할 수 있다.

엑소우스의 거실 역시 특별하다.

별다른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소파 하나만 둔 채 시원스러운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력벽이 없는 무주공법을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2층은 가족 각자의 방이 있는 사적인 공간으로, 거실은 외부와 가족들은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주거 공간의 변화가 가족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긴 후 반년 정도가 지났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오씨는 “답답하지 않고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옥상에서 고기를 굽고 언제든지 야외의 녹지를 즐길 수 있는 점 등은 아파트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생활”이라고 강조했다./판교=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주택 옥상은 고기를 구워먹거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용도 등으로 이용된다. 자녀들이 자주 찾는 놀이터이기도 하다./사진=송은석기자


■<인터뷰 - 이현수 호수건설 사장>

“아파트 만큼 힘든 단독주택 짓기 경험 … 회사 전문가들 모두 달라 붙어”



“단독주택 건축을 진행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는 공동주택 시행 사업을 주로 해왔는데 평소 친동생처럼 여기는 건축주의 부탁을 받고 취미생활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아파트 1,000가구 짓는 것만큼 힘이 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시행 업계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이현수(사진) 사장이지만 그도 단독주택 건설만큼은 해본 경험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마치 본인의 집을 짓는 것처럼 즐기면서 최선의 노력으로 엑소우스를 완성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이 사장은 단독주택에 대한 철학도 확고했다. 조그만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부터 삶이 시작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흔히 통 건축이라고 일컫는 높은 빌딩들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걷고 운전하면서 눈높이에서 마주하는 낮은 건물들도 그에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한다”며 “단독주택 등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인테리어 측면을 신경 쓰는 것이 살맛 나는 도시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엑소우스를 지을 때 외관의 디자인을 먼저 완성하고 내관을 채워나간 것도 그런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 우선 도시와의 연결을 이뤄내고 집 내부는 철저한 사생활의 공간으로서 가족들이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실제로 집 내부 흰 벽에는 액자나 인테리어 소품 등이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사용자가 살아가면서 각자의 감성대로 공간을 꾸며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는 앞으로도 조성준씨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랬다. 건축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야 좁게는 본인이 사는 지역, 넓게는 우리나라의 공간 전체가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장은 “좋은 공간을 이뤄내는 건물이라는 것은 저렴하더라도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고 그만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인식도 아름답고 비싼 건물에 맞춰질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물에 집중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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