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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 셧다운제 폐지 - 반대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
게임할 권리보다 청소년 건강 더 중요

  • 2016-08-04 12:10:08
  • 사외칼럼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막는 셧다운제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완화되면서 ‘셧다운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산업의 대표적 규제로 꼽히던 ‘인터넷 게임 시간 이용제한 규제(셧다운제)’를 풀어 부모 등 친권자가 요청할 경우 심야 시간(자정~오전6시)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부모선택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 업계 등은 부모선택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셧다운제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폐지 찬성 측은 셧다운제가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게임 및 문화콘텐츠 산업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게임이 중독성이 높은 만큼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게임 산업 육성과 청소년 보호를 두고 게임 업계와 학부모들이 대립하고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의 정부 내 부처끼리도 정책을 놓고 오랫동안 첨예하게 맞서왔다.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게임 육성 정책 때문에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자 여가부 등에서 청소년 보호 정책을 수립했다. 이후 정부 정책에 혼선이 빚어져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아니고 효과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도 아닌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

합리적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온라인 게임에 대한 한국의 내부 상황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을 때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하던 중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게임 업체를 인수해 자체 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미국과 유럽의 유명 게임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며 세계 게임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한국 정부는 다시 문체부 주도로 게임 산업을 진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게임 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을 백지화했다. 게임 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한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로 나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통과한 법안으로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연대 등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으나 2014년 4월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 결정을 내린 법안이다.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셧다운제가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문체부의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한 것으로 18세 미만 청소년의 부모가 요청할 때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김 의원 등은 게임 진흥을 위해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해 청소년의 게임 이용 규제를 완화하려 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측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자녀의 게임 이용을 부모가 결정하는 자녀양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전병헌 전 더민주 의원은 “청소년의 40%가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통에 법 시행 후 전체 이용가 등급 게임 6종의 심야 시간 감소율이 4.5%에 그쳤다”며 강제적 셧다운제 무용론을 주장했다. 게임 산업을 옹호하는 일부 학계에서는 셧다운제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 산업을 위한 진흥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업계의 자율적 의지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자유로운 사고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가치나 철학을 무시하고 게임에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불가하다고 거들었다.

게임 산업 발전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자라나는 청소년의 건강 또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잠을 자야 키가 크는 청소년의 성장기 특성을 감안해 수면권과 건강권은 보호돼야 한다. 청소년기의 건강과 키는 평생을 간다는 점에서 새벽까지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행복추구권이 결코 수면권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자녀의 수면에 도움이 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부모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게임을 하며 청소년이 흔하게 저지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임 업체가 몇 개나 있는가.

이달 초 미국 뉴욕주는 아동 보호를 위해 성범죄자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우선하는 미국에서도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학교 담장이 허술하더라도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의 학습권 보호에 도움이 된다. 게임 업계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자세를 갖고 있다면 이 제도가 유지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청소년 행복권을 외치면서도 아이템 판매 등 수익에만 열을 올리는 기업 행태는 멈춰야 한다. 오히려 게임 산업의 실질적인 진흥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LOL)’ 등의 외산 게임이 아이템을 팔지 않고도 PC방 점유율 1~2위를 하고 있는 것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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