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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초저금리시대 금융의 길]글로벌PF 1~3위 싹쓸이..해외서 금맥 캐는 日은행 벤치마킹을

<2>'순이자마진'에서 벗어나라

M&A금융도 59% 집행 '압도적'

해외부문 수익 30~40%로 확대

제로금리·장기불황 극복 원동력

국내 은행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문 뱅커 키워 먹거리 창출 필요

태국 5대 은행 중 하나로 꼽히는 아유디야은행은 지난 2013년 일본의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에 인수됐다. 일본 은행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자산을 크게 늘려왔다. 사진은 방콕에 위치한 아유디야은행 본사 전경. /방콕=블룸버그통신




최근 일본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국채시장 프라이머리 딜러 반납’ 사건이다. 프라이머리 딜러란 국채를 매매하는 금융회사 중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곳으로 일본 재무성이 선정한 대형 금융기관을 뜻한다. 프라이머리 딜러로 선정되면 국채 입찰에서 발행 예정 금액의 4% 이상 응찰 주문을 내 시장을 형성할 의무를 갖는다.

국채 딜러 반납 사건이 일본 금융권에서 화제가 된 것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시중은행의 ‘항명’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이번 딜러 반납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수준의 일본 국채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며 정책당국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일본 금융권은 또 이 사건을 이미 일본이라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한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자신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산 규모 2,844조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미국 주요 은행인 유니언뱅크와 태국 5위권 은행인 아유디야은행을 소유한 글로벌 은행이다. 40개 이상의 국가에 1,150개의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일본 국내에서의 영업보다는 해외 자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은행들이 ‘제로금리’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물론 여전히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핵심 비결은 해외 진출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3대 메가뱅크’ 체제로 개편된 후 일본 은행들은 해외 자산을 빠르게 늘려왔다. 특히 유럽계 은행들이 2010년 재정위기로 아시아 시장 등에서 빠져나가자 일본 은행들은 이 틈을 빠르게 공략해 글로벌 시장의 큰손으로 우뚝 섰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은 지난해 전 세계에 발생한 인수합병(M&A) 금융 중 무려 59%를 집행했다. 2014년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성 글로벌 10대 은행을 봐도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즈호은행 등 3대 메가뱅크가 이끄는 일본 금융그룹들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쿄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기타다 요이치 파트너는 “일본 은행들은 낮은 엔화 금리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달러 대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키웠다”며 “현재 일본 3대 메가뱅크의 해외 부문 수익은 30% 수준에 달하는데 일부 은행들은 40%까지 해외 수익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지분 투자와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는 일본 은행들을 글로벌 은행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2012년 항공기 리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임대사업 자회사를 73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항공기 리스 분야에서 세계 3위권 회사로 도약했다. 유럽계 은행의 재정악화에서 파생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특히 아시아 시장의 거점인 싱가포르에만 소형 은행 수준인 1,000여명의 인력을 파견해 해외 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촘촘하게 구축된 해외 네트워크는 일본 내 저금리 환경과 장기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일본 금융권 전문가들은 또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일본 당국에도 제 목소리를 낼 정도로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에는 공적자금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 은행의 흑자 경영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금융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일본 은행 통폐합 당시 미쓰비시도쿄은행도 공적자금을 받기는 했으나 당시의 공적자금 지원은 UFJ은행을 도쿄미쓰비시가 인수해달라는 정부의 요청 성격이 강했다”며 “당시 일본 은행들이 줄줄이 적자를 보면서 힘없이 정부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였지만 미쓰비시도쿄은행은 해외 자산인 미국 유니언뱅크로부터 거액의 배당을 받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은행들의 이 같은 해외 진출 방식은 물론 국내 은행들이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은행들은 기축통화인 엔화를 기반으로 하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조달비용이 우리보다 낮고 무엇보다 일본 다국적기업들과의 관계가 끈끈하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환리스크가 일본 은행보다 높고 해외 네트워크도 촘촘하지 못해 주요 국내 대기업의 국제거래에서도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도로 확대하고 전문 해외 인력을 키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본 은행과 한국 은행의 현실은 전혀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서 신한은행이 건재했던 데는 1996년 인수했던 미국 은행 ‘마린내셔널뱅크(MNB)’의 매각 차익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해외 투자가 결국은 위기에서 은행을 구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도쿄=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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