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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초저금리시대 금융의 길] 마이크로파이낸스로 서민공략, 국내銀·카드사 미얀마 연착륙

<3> 해외시장에서 길을 찾다 - (1)

BNK캐피탈, 대출절차 간소화...서민들 발길 줄이어

우리銀 4개 지점 운영...현지보다 싼 대출금리로 인기

신한카드·JB우리캐피탈 등도 소액대출 시장 '노크'

한국식 情 전략 강화..."새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

지난달 BNK캐피탈 미얀마 본점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금을 받기 위해 미얀마 현지 주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동효기자




지난달 12일 미얀마 경제중심지 양곤. 허름한 건물들 사이 깔끔하게 단장한 ‘BNK캐피탈 미얀마(Capital Myanmar)’ 건물 앞에 현지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주 전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을 신청한 사람들이 이날 대출금을 수령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지난 2014년 미얀마에서 영업을 시작한 BNK캐피탈에서는 매주 화요일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이날 대출금을 받기 위해 1시간여 거리를 버스를 타고 왔다는 미미엔 딴(37)씨는 “인형 봉제를 위한 재봉틀을 사기 위해 40만챠트(약 42만8,000원)를 대출하러 왔다”며 “BNK캐피탈은 다른 마이크로파이낸스 금융기관에 비해 대출 절차가 간편해 좋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금융사들이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금융시장에서 성장의 길을 찾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동남아 일부 국가는 고금리 영업이 가능해 영업망과 리스크 관리 체계만 갖춰놓는다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BNK캐피탈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연 대출금리는 30%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금융업이 발달하지 않은 미얀마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로 평가 받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주로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는데 월금리가 무려 20% 가까이 된다. ‘착한 금리’ 덕에 BNK캐피탈은 영업개시 1년 7개월여 만에 미얀마 주민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5명으로 시작한 사업장은 현재 직원 수가 155명까지 증가했다. 영업점도 미얀마 양곤에서 시작해 양곤 인근의 몬주(州)까지 총 8개소로 확대했다. 김순조 BNK캐피탈 미얀마 현지법인장은 “기존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이 대출신청에서 대출금 수령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BNK캐피탈은 10일로 대폭 단축했다”며 “현장 직원들에게 심사권한을 주고 대출 절차를 빠르고 간소화해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본점에서 미얀마 현지 주민이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금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8월 양곤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지점 수는 4곳이며 직원 수는 50명가량 된다. 자본금은 200만달러로 시작했지만 최근 500만달러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출 고객은 양곤시민과 미얀마 서쪽의 에야와디주(州) 주민이며 현재 9,000명가량 된다. 우리은행 역시 연 30% 미만의 대출금리를 앞세워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안정균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법인장은 “다른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은 보통 2주일 혹은 1개월에 한 번씩 대출 원리금을 상환받는데 우리파이낸스는 매주 조금씩 갚도록 해 리스크와 상환부담을 모두 줄였다”며 “미얀마인들이 주로 현금을 직접 보관하는 편이어서 매주 상환받으면 돈을 집에 보관하지 않아도 돼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BNK캐피탈·우리은행에 이어 최근 신한카드·JB우리캐피탈 등도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은 잠재인구를 포함하면 1조~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얀마는 5,500만명이 넘는 인구뿐 아니라 15% 안팎에 달하는 예대마진 덕에 외국계 금융사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홍석우 신한은행 미얀마 법인장은 이와 관련, “현지 사채시장의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마이크로파이낸스 금리는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며 “국내와 비교하면 영업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예대마진이 높아 수익성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독특한 금융환경 역시 외국계 금융사들에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미얀마에서는 전통적으로 5인이 집단대출을 받고 상호보증을 해주는 형태로 대출이 이뤄진다. 가령 한 마을에 5가구가 각각 50만챠트(53만5,000원)씩 총 250만챠트(267만5,000원)를 금융사에 집단으로 대출받고 한 가구가 부실해져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다른 4가구가 연대해 부실가구의 대출금까지 갚아주는 형태이다. 이런 독특한 대출형태로 현재 BNK캐피탈·우리은행 등 대다수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의 연체율은 현재까지 ‘제로(O)’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로 활로를 튼 국내 금융업체들의 최종 목표는 은행업과 리스여전업 등 종합금융업이다.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외국 자본의 유입을 꽁꽁 막다 4년 전부터 해외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오랜 폐쇄정책으로 미국이나 유럽 금융자본은 물론 일본·중국도 아직 이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우리 금융사들에는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일본은 무려 4조원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앞세워 미얀마 정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 중국은 각종 현지 인프라 사업을 지원해 미얀마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태국·싱가포르는 문화적 이질감이 적어 한국계 금융사보다는 비교 우위에 있다. 국내 금융업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식 정(情)’과 밑바닥 민심 다지기에 돌입하고 있다.

올 초 한국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미얀마에서 은행업을 인가받은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시골 마을에 학교를 건립하기도 하고 미얀마 국가대표 선수단에 유니폼을 무상 제작해주기도 했다. 또 미얀마 정부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농기계 수입을 계획하자 8,500만달러(950억원)를 대출해줬다. 우리파이낸스와 BNK캐피탈 역시 노동자 거주지역 내 방과후학교를 설립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민심을 다지고 있다.

안 법인장은 이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자본력을 투입하는 일본과 중국, 정서·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없는 아세안 국가의 금융업체와 한정된 금융업 인·허가권을 두고 경쟁하기에 현실적으로 벅찬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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