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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자헛이 시장의 신뢰 잃은 까닭

박시진 증권부 기자





굴뚝에서 연기가 한가득 피어오르는데 그 집에서는 불을 때지 않았다고 한다. 땔감을 사고 옆집에서 불을 빌려 갔으면서도 불을 때지 않았단다. 굴뚝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연기가 보이는 데도 말이다.

지난 22일 기자의 ‘피자헛, 한국 진출 31년 만에 매물로’라는 기사에 파자헛코리아는 “한국시장은 염(YUM)브랜드의 주요시장이기 때문에 제3자 매각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에 대해서도 추진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피자헛의 해명은 지난해 12월 매각설이 나왔을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앞서 수차례 매각설이 제기될 때도 지난해 10월 염브랜드가 중국 사업부를 분사한 후 아시아 시장에서 일부 철수한다는 보도에도 피자헛이 내놓은 정형화된 멘트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말뿐이다.

따지고 보면 피자헛이 매물로 등장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올 상반기에는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잠재적 인수후보를 물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규직 230명을 포함해 2,100명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직영점 75개 중 6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쇄하며 매각설이 구체화됐지만 진행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피자헛이 사실상 매각을 진행하면서도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후보들을 접촉했다. 거래대금이 100억원 미만으로 거래 사이즈가 작은 까닭도 있겠지만 자문사를 선정할 경우 매각이 공식화돼 ‘보안유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시장은 다 아는데 피자헛은 왜 매각을 쉬쉬하는 걸까. 가맹점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데다 ‘먹튀 논란’까지 일며 여론이 악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은퇴 창업자들인 가맹점주들과 ‘부당이득 반환’에 대해 세 번째 소송을 진행 중인 터라 이에 미칠 영향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피자헛은 2013년 적자로 전환한 뒤 매년 손실 폭을 키우고 있다. 중간 가맹사업자를 두는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이나 투명한 매각은 피자헛의 가치하락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피자헛의 해명대로 매각이 사실무근이라면 브랜드 가치하락을 막을 방안부터 내놓길 바란다.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는 견지망월(見指忘月)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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