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오는 2020년 고부가 기초화학 소재로 연간 7조원을 수확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공개했다. 공급과잉이 닥친 범용 제품은 줄이고 차별화된 제품은 늘리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LG화학 기초소재사업 부문은 28일 공개한 중장기 사업전략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LG화학이 기초소재 사업으로 거둔 총 매출액은 14조4,635억원이며 이 가운데 고부가로 분류되는 제품의 매출은 3조원 정도다. 오는 2020년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7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저유가로 일시적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범용 제품의 공급 과잉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는 기초소재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존 사업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선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이 기초소재 분야에서 점찍은 미래 제품은 △고부가 폴리올레핀(PO) △고기능성 합성수지(ABS·EP) △차세대 고흡수성 수지(SAP) △친환경 합성고무와 탄소나노튜브(CNT)다. 이들은 고난도 기술을 확보해야 만들 수 있고 자동차·정보기술(IT)·항공우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고부가 PO의 일종인 엘라스토머의 경우 전 세계에서 생산기업이 다우케미칼·엑손모빌·미쓰이화학·LG화학 등 4곳에 불과하다.
LG화학은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고부가 소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우선 기존 범용 제품 생산라인을 고부가 PO 공장으로 전환하고 전체 PO 가운데 고부가 제품의 비중을 30%에서 5년 내 2배로 늘리기로 했다. 2018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엘라스토머 생산량을 연산 29만톤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친환경 차량·IT 소재로 각광 받는 ABS와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중국 화남의 ABS 공장 생산량을 연간 15만톤에서 30만톤으로 100% 늘릴 계획이다. 열에 강하고 가벼워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에 많이 쓰이는 EP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육성한다.
LG화학은 지난해 8월 전남 여수 공장에서 SAP와 SAP의 원료인 아크릴산 증설도 완료한 상태다. 현 1조5,000억원 정도인 아크릴산·SAP 사업을 2020년까지 2조원으로 키우기 위한 과감한 조치다. SAP는 기저귀나 위생용품에 주로 쓰이며 중국과 기타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아크릴산부터 SAP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에 대해 순수 독자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LG화학과 바스프·다우케미칼·미쓰비시 같은 소수의 다국적 기업뿐이다.
또 이 회사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유망 신소재 개발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EP보다 성능이 개선된 슈퍼 EP나 스마트 기기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CNT)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기초소재 연구개발(R&D) 지출을 매년 10% 이상 늘릴 예정이다. 고부가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에틸렌도 생산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LG화학 관계자는 설명했다.
LG화학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범용 제품에 대해선 기술 경쟁력을 키우거나 공급을 일부 축소해 수익성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합성고무(SBR·BR)처럼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제품이 대상이다. 이미 LG화학은 중국 PVC 생산기지를 일부 통폐합했다. 합성고무 역시 SBR·BR의 생산 비중은 낮추고 친환경 가소제나 고기능 합성고무(NBL) 위주로 재편할 계획이다.
손옥동 LG화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편안할 때 위태로울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로 불확실한 미래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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