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합의 시한인 30일을 또다시 넘겼다. 지난 22일 추경안 처리에 실패한 여야가 2차 시한인 이날까지도 추경 합의에 실패하면서 여야 간 쌓인 앙금이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정국에서 또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는 31일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협상을 열고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합의시한을 어긴 데다 추경 집행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쟁의 볼모로 삼고 시간을 끌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이날 하루 종일 지방교육채 상환 예산과 개성공단 기업 지원 예산의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절충점을 끝내 찾지 못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지방교육채 상환 예산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김에 따라 지방채 발행을 통해 누리과정 사업을 진행해오다 보니 지방채 이자가 늘어나 이에 대한 지원금인 6,000억원을 추경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민생과 관련 없는 울산 지역의 민원성 예산까지 추경에 넣었는데 왜 전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교육 예산을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방채 상환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추경을 통해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전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야당이 단독 상정해 날치기로 처리한 것이 여당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사안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경우 정기국회나 예산정국에서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 금액을 증액하거나 세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야당의 이 같은 행태는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민주 신임 대표가 지난 29일 만나 의기투합을 다짐하며 여야 간 ‘협치’를 약속한 것도 하루 만에 깨졌다. ‘이-추’의 허니문’이 단 하루를 못 간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국민 앞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서명까지 해서 발표한 국민과의 약속을 야당이 깬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접한 상황은 야당이 원칙과 정도를 위배한 것으로 정치하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강경 기조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추경 처리 압박을 위해 이날 예정된 당 연찬회도 무기한 연기하면서 야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결국 핵심은 민생 예산이다. 더민주는 우레탄 트랙 등 민생·교육예산을 확대하자고 했고 정부 여당은 반대했다”며 “민생일자리를 위해 추경하자던 정부 여당의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여야 추경처리 불발에 따라 추경 집행이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지만 늦어도 9월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사실 거대 양당이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며 “추경 협상은 합의 직전까지 왔다.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는 9월1일 본회의가 있어 이날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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