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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1번지 부산 중앙동 가보니]물동량 3분1 부산항 떠날판...해운생태계 붕괴 누가 책임지나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관련업체 연쇄도산 우려

3,693개社 종사자 4만여명...대량실업 불보듯

"항만매출 年 8조 줄 것...해운업 해준 게 뭐 있나" 들끓는 부산

"해운산업 활성화 꿈 이번 사태로 모두 물거품

겨우 몇 천억 때문에 이렇게 버려져서는 안돼"

업계 요청 무시한 채권단 향해 거침없는 성토 쏟아져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 부산사옥이 있는 부산 중구 중앙동 거리가 한산하다. 길거리에 어지럽게 내걸린 전깃줄이 마치 복잡한 한진 측의 속내를 대변하는 듯하다. 한진해운 사태로 그동안 국내 해운·항만물류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항만도시 부산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부산=조원진기자




가을을 재촉하는 강한 바람이 몰아친 31일 부산 중구 중앙동 일대.

이곳은 지난 1980년부터 해운 관련 회사들이 몰려들어 지금은 선용품·선박관리에서만도 연 4조3,000억원이 오가는 ‘한국 항만물류 1번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좌초가 현실화되면서 부산 중앙동의 주축을 이룬 해운 관련 업체들도 36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행을 택한 이날 1,000여개가 넘는 부산 해운 협력업체들은 ‘도미노 붕괴’ ‘대량실업’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선박에 사용되는 각종 용품을 생산하는 이스터마린의 김영득 대표(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청산되면 각국 채권자들이 한진해운 선박과 화물을 압류해 부산항과 국내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운·항만물류 클러스터가 형성된 이곳은 그동안 정부나 부산시의 무관심 속에 해운회사들이 떠나는 등 공동화 현상이 빚어졌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이 해운 산업 활성화를 선언해 중앙동 일대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 사태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산세관부터 부산역까지 이어지는 중앙동 일원은 해운·항만물류 회사를 비롯해 하역·운송·화물주선·선용품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활발한 곳이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활기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이날 점심시간이 되자 이 일대 해운물류 관련 회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비통함이 묻어났다.

화주의 화물을 실을 선박을 주선하는 회사를 이끄는 윤미향(49) 대표는 “화물을 선적한 한진해운 선박이 지금 싱가포르에서 발이 묶였다는 이야기가 있어 확인 중인데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먼저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화주들이 다른 회사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는 것을 시작으로 물류·수출입·선용품 등 관련 업체들의 도미노 붕괴 현상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식당에서 일부 손님들은 한진해운 지원을 거부한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대우조선해양과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정부를 성토하거나 이미 다른 해운회사로 갈아탄 화주들이 있다고 말했다. 관세법인에서 근무하는 김진우(46)씨는 “정부가 조선업계에는 10조원 넘는 막대한 돈을 퍼부어놓고 연매출 10조원에 달하는 한진해운을 유동성 몇천억원 때문에 이렇게 버려서는 안 된다”며 “지금까지 해운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유동성 공급 등 지원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부산항이 해운동맹 기항지에서 제외됐을 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장을 가장 두려워했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는 지난해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292만여개, 올 상반기에는 139만9,000여개를 수송했다. 이는 부산항 전체 물량의 15%에 달한다.

업계는 한진해운이 청산될 경우 이 중 3분의1 이상이 부산항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훈(34) EMS해상 대표는 “이번 결정은 금융권의 요구만 반영하고 해운산업과 수출입업계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며 “부산지역에만 하역·해운대리점, 선용품·선박관리·선박수리산업 등에 3,693개 업체, 4만6,00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부산항운노조의 한 관계자도 “부두 운영사에서 경영난을 들어 인력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4,000여명에 달하는 부산항운 노조원들의 대량실업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국내 해운 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담당했던 연간 100만개(TEU) 이상의 환적화물 가운데 적어도 절반가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 부산항의 연매출도 8조원가량 줄고 이렇게 되면 선용품과 선박관리 업계 등 부산의 관련 산업이 연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지역 선용품 업계의 연매출은 3조원, 선박관리 업계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99척, 전용 터미널 11개, 해외 현지법인 23곳, 영업지점 100곳을 가지고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노선 74개를 운용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부산 항만물류 업계 관계자 1,000여명이 31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한진해운 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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