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25·CJ대한통운)이 국내 남자골프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제59회 한국 오픈 2연패를 달성했다.
이경훈은 11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이 골프장 최소타 타이인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그는 최진호(32·현대제철·13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2년 연속으로 고색창연한 우승트로피와 함께 우승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첫날 공동 선두로 출발한 뒤 2라운드부터 줄곧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킨 이경훈은 이로써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2승을 모두 한국 오픈에서 차지하며 2008년과 2009년 우승한 배상문(30) 이후 7년 만에 이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한 선수가 됐다. 한국 오픈 최다 연승 기록은 한장상의 4회(1964∼1967년)다.
2011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이경훈은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투어에서 뛰며 2승을 올렸다. 올해는 미국 무대 진출을 위해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웹닷컴 투어)에서 활동했다. 지난달 29일 끝난 웹닷컴 투어 포틀랜드 오픈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10m 이글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추는 바람에 단 1타가 모자라 상금랭킹 75명이 나가는 파이널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파이널 시리즈에 진출했더라면 이번 한국 오픈 타이틀 방어를 포기할 수도 있었던 그는 이날 우승으로 자신감이라는 새 동력을 충전했다. 이경훈은 내년 웹닷컴 투어 대부분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지만 좀더 높은 시드 우선순위 확보를 위해 12월 열리는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에서 힘들었지만 배운 게 많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다시 빅 리그(PGA 정규투어)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반에는 이경훈과 2타 차 3위로 출발한 최진호의 매치플레이 같은 접전이 이어졌다. 이경훈이 4번홀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동안 최진호가 1번과 4번홀에서 중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선두를 이뤘다. 이경훈은 5번홀부터 시동을 걸었다. 8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6번과 7번홀 버디 퍼트 거리는 1m 안쪽이었다. 시즌 2승이 있는 최진호도 버디 3개로 맞서며 1타 차 2위에서 역전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들어 급작스럽게 이경훈 쪽으로 기울었다. 최진호가 10번, 11번, 12번홀(이상 파4)에서 3연속 보기를 적어낸 것. 4타 차의 여유가 생긴 이경훈은 14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치고도 파 세이브를 해낸 뒤 1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50cm 옆에 바짝 붙여 5타 차로 달아나면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경훈은 16번홀(파3)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각각 벙커와 그린 뒤쪽 깊은 러프에 빠져 2개의 보기를 적어냈지만 승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마지막 홀에서는 러프에서 2개의 볼을 발견하자 경기위원을 부른 뒤 볼을 집어들어 자신의 볼임을 확인하는 침착함도 보여줬다. 만일 확인 없이 쳤다가 자신의 볼이 아니었다면 오구(誤球) 플레이로 2벌타를 받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최진호는 이날 중반 부진으로 우승을 놓쳤지만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받아 상금 랭킹 1위(4억2,392만원)로 올라섰다. 박상현(33·동아제약)은 공동 9위(7언더파)로 마쳐 상금 2위(3억4885만원)가 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기반으로 KLPGA 투어 상금왕까지 올랐던 이경훈이 상금 3위(3억원)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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