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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경주지진 부상자들이 말해주는것

한영일 사회부 기자

한영일 사회부 차장




‘천만다행’. 이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12일 밤 한반도에 역대 최강인 규모 5.8의 지진이 닥쳤지만,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만 발생했다. 5,800여건의 재산피해가 신고됐고 여진이 350회 이상 발생했지만 그야말로 ‘천운’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피해시설의 58%가 복구됐고 특별교부세 40억원도 긴급 지원키로 했다. 경주 인근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재난의 역사가 그렇지만 이번에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냈다. 7분이나 걸린 ‘긴급’ 재난문자는 물론이고 공중파도 지진 발생때 드라마를 버젓이 방영한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내진 설계가 30% 선에 그치고 있는 건물들의 안전 강화와 방재시스템 투자 확대 등도 더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게 됐다.

우선 안전당국은 지진 부상자들을 체계적으로 꼼꼼히 분석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160명으로 이 가운데 23명이 입원했다. 입원환자의 경우 흔들림으로 집안에서 TV나 신발장 등 물건이 떨어져 다친 경우는 4건에 불과했고 붕괴로 다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나자 공포심에 질려 정신없이 행동하다가 다친 경우가 10여건이 넘는다. 노인들은 주로 집안에서 물건 낙하로 닥쳤지만 20~40대 젊은 층의 경우 허둥지둥하다 부상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대 박모씨는 급한 마음에 2층에서 뛰어내리다 치아가 손상됐고 20세 여성 최모씨와 40대 김모씨도 모두 2층에서 뛰어 발목이 골절됐다. 이밖에 20대 후반의 남자는 대피 중에 넘어져 다쳤고 30대 후반의 남자와 30대의 한 여성도 계단을 급히 내려오다가 낙상과 골반 골절상을 입었다. 70대의 한 남성 역시 계단에서 굴러 다쳤다. 이는 우리가 지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대응 요령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앞으로 연령대별로 더욱 차별화된 지진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변해준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공학부 교수도 “많은 사람의 경우 지진이 나면 건물이 곧바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진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두려움은 직접적인 피해보다 되레 간접적인 피해를 더 크게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경주 지진’이 가르쳐 준 셈이다. 내년부터 국민안전교육진흥 기본이 새로 만들어져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어릴 적부터 지진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요령을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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