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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조기 안착을 위하여

윤종열 사회부장(부국장)

부정부패 차단 노력 의미있지만

경직된 해석 탓 사회 혼선 심화

건전한 교류까지 과잉규제 안돼

취지·미덕 살릴 보완 서둘러야

윤종렬 부장




윤종열 사회부장(부국장)

대한민국이 투명한 사회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날은 한 단계 높은 깨끗한 사회로 나가는 출발일로 기록될 것이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로 요약된다. 사회에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법이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을 받는다. 사교 목적 등의 식사와 선물·경조사비는 각각 3만원과 5만원, 1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김영란법 대상자는 400만명에 달한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포함됐다. 이 법은 쌍방이 처벌을 받게 돼 있어 청탁을 한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처벌 대상이다. 이 법 적용 대상자는 사실상 전 국민이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보름이 됐지만, 우리 사회는 벌써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접대 문화가 바뀌면서 저녁 약속이나 술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친목 모임이 줄면서 저녁이 있는 삶 형태로 바뀌고 있다.

관가 주변 고급 식당에 몰리던 공직자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직자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이다. 외부인사와의 접촉으로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가 부정한 청탁 사슬을 끊는 시발점이 아닌지 싶다.



경조사 문화도 달라져 가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에서 한 검사가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장에는 축하 화환이 달랑 4개뿐이었고, 축하객도 가족중심으로 한가해 보였다. 예전 같으면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이 결혼하면 예식장 주변을 축하화환으로 뒤덮고 눈도장을 찍으려는 축하객들로 넘쳐났다. 이제 이런 광경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축제장에서 ‘공짜 손님’도 없다고 한다. 축제 때마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지역 유력 인사나 기관장들에게 제공되던 무료 초대권과 음식접대 문화가 자취를 감췄다.

반면 고급식당과 술집·골프장 등은 울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술자리가 사라지고 경조사 문화가 간소화하자 대리기사와 화훼농가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어려운 내수 시장에 김영란법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 법 시행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성인1,009명에게 김영란법 시행을 어떻게 보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잘된 일’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렸다는 이야기다. 또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27위를 차지해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한 나라가 선진국이 된 경우는 없음을 엿볼 수 있다.

김영란법이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탁금지법 제8조’는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한 푼의 금품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이 조항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시골 마을 교사에게 정성 들여 키운 호박 하나를 건넨 할머니, 스승의 날 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선물한 학생, 교수에게 캔커피 하나를 준 대학생조차도 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 법의 취지는 사회의 혼탁을 맑게 하기 위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있다. 건전한 활동과 교류까지 규제하는 것은 법 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 곳곳에서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혼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너무 경직된 김영란법 해석 때문이다. 이 법의 조기 안착을 위해 혼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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