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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일본 소비시장의 새로운 물결 ‘체험 소비’

이광호 오사카 무역관 관장

소유욕 줄고 체험 욕구는 늘어나

新 소비성향 공유경제 확산에 기여

기업도 감성자극 체험마케팅 나서야

이광호 오사카 무역관 관장




일본의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20년 넘게 지속된 소비 불황의 여파로 고급제품의 유통강자였던 백화점은 연이어 폐점하고 있지만 야구나 공연 관람 등 체험형 소비는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리그 야구 경기 입장객 수는 센트럴리그 1,384만명, 퍼시픽리그 1,113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연시장 규모도 전년 대비 20% 확대된 5,119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일본 소비패턴이 변화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JR동일본 기획조사에 따르면, 물건 소유에 대한 욕심은 줄어든 대신 일상에서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구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주변 사람과 오랫동안 추억을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에 물건이 넘쳐나서 더 이상 물건을 늘리고 싶지 않나’는 질문에 52.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자격 취득, 유학 등 배움에 돈을 더 쓰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72.6%가 ‘그렇다’라고 응답해 일본 소비자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2016년 여름, 젊은 일본 여성들이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손꼽았던 장소가 있다. 바로 호텔의 나이트 풀이다. 나이트 풀의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나이트 풀의 주요 아이템인 대형튜브는 고가(2만5,000엔)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1,000개 이상이 팔렸다. 대형튜브는 체험 소비의 트렌드 효과를 톡톡 누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15년에 오픈한 ‘북앤드베드도쿄(BOOK AND BED TOKYO)’도 주목받고 있다. 자유롭게 책을 읽으면서 잠들 수 있는 ‘북앤드베드도쿄’는 독서 애호가들을 위한 색다른 호스텔로, 오픈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예약이 밀려 있어 지금 당장은 이용하기 힘들 정도다.

한편 체험 소비 성향은 공유경제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소유’보다 ‘체험’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 트렌드의 확산은 공유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선택해준 의류를 대여해주는 ‘에어클로젯’은 설립 2년 만에 고객 8만명을 확보했고, 개인 간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애니카’도 소비자들에게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 소비 성향의 확대로 기업의 마케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경험을 제공해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체험 마케팅’이 대세이다. 제품 성능에 대한 강조보다는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이나 즐거움 등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체험’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제품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직영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또한 직영점은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고객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자사 직영점의 역할을 마케팅 전략 수립에 새롭게 활용해야 할 이유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일본 소비시장은 ‘잘라파고스’라는 별명처럼, 국제사회의 표준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장인정신’의 자부심과 ‘독불장군’의 고집스러운 뚝심으로 견고함을 자랑했던 일본 시장은 그만큼 한국 및 외국계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체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과 마케팅 역량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일본 소비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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