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라우더 댄 밤즈'] 아내·엄마 잃은 삼부자...각자의 시선으로 본 '슬픔과 치유'

사인은 명확할 수 있지만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와 배경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죽음을 결심하는 데는 한 가지 이유만 작용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자벨(이자벨 위페르)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남편과 아들들이 각자의 기억과 추측을 통해 해석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첫째 아들 조나(제시 아이젠버그)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 조나는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아버지 진(가브리엘 번)과 동생 콘래드(데빈 드루이드)가 사는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온 조나는 어머니가 죽은 후 방황하는 동생과 그런 동생에 대해 걱정이 많은 아버지를 위로하는 한편 종군 사진작가였던 어머니의 3주기 회고전을 위한 전시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신문의 보도가 나오면서 뜻밖의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 ‘라우더 댄 밤즈’의 스토리는 복잡하다. 어머니, 아버지, 두 아들, 그리고 둘째 아들이 좋아하는 같은 반 여학생 등의 시점이 교차 편집돼 난해한 퍼즐 같다. 따라서 누구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첫째 아들 조나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그의 시선이 비중있게 그려질 것 같이 보이지만 정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둘째 아들 콘래드의 시선이다. 사춘기 콘래드는 늘 밝고 생기가 넘쳤던 어머니가 왜 우울증을 앓았었는지 어쩌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콘래드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답답한 마음을 반항으로 표출한다.

영화가 막바지로 향할 즈음에서야 이자벨 시점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이자벨은 이렇게 독백한다.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느낌. 다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다. 나를 원치 않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만 같다.” 이 말을 보면 이사벨은 모두가 생각하듯 중동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이자벨은 가족에게 자신이 더이상 필요없는 존재인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죽을 결심을 한 것일 수 있다. 영화는 이렇게 등장인물의 시선을 복잡하게 흩뿌려놓음으로써 이자벨의 사인 자체를 관객의 해석에 맡긴다. 누구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자벨의 죽음이 달라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27일 개봉.



/연승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