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은 우리에게 끝없이 경계를 벗어나라고 요구한다.”(김승철 일본 난잔대학 인문학부 교수) “우리는 타인들, 특히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동정이 없는 존재들인 ‘비(非)인류’가 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을 향상 시키게 될 것이다.(성정모 브라질 상파울루 감리교대 교수)”
지난 25일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트랜스휴머니즘과 종교적 상상력: 인간존재론의 재구성’을 주제로 열린 ‘제2회 종교와 과학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을 말한다. 복제양 돌리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 개념은 국내에서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등과 함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국내에 모여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것이 사실상 처음이다. 인류 구원에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기계에 대한 맹신이 지나칠 경우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김흡영 한신대 초빙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장점이 분명 있지만, 이런 운동을 법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논의가 없을 경우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학기술의 혜택과 위험이 함께 수반되듯이 가능성의 열림과 닫힘도 동시에 진행된다”며 “다른 생물들과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착취함으로써 나타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위협 등은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특히 최근들어 인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윌리엄 슈베이커 시카고 대학 교수는 “종교가 허무주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빈곤, 종말 등 다양한 문제가 바로 우리들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라는 자각이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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