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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1구간 개통





1980년 10월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1구간이 뚫렸다. 잠실운동장에서 신설동까지 1단계 공사가 완공된 것이다. 1구간의 길이는 14.3㎞. 서울시는 이후 2호선 건설에 박차를 가해 1984년 5월까지 5단계에 걸쳐 48.8㎞의 공사를 마쳤다. 지선(支線) 구간인 성수지선(5.4 km)과 신정지선(6.0 km)을 합치면 2호선의 총연장은 60.2㎞에 이른다. 국내 지하철 노선으로는 가장 길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특징은 국내 유일의 순환선이라는 점. 성수지선과 신정지선을 제외하고는 서울 강북 도심과 영등포·관악·강남을 도는 노선이다. 도심을 중심으로 방사선 교통망을 먼저 건설한 뒤 순환망에 착수했던 선진국의 도시계획과 달리 3공 정부는 순환선부터 시공했다. 왜 그랬을까. ‘강북 개발 억제와 강남 우선 개발’이라는 정책목표 때문이다. 다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서울 지하철의 밑그림이 처음 그려진 1960년대 중반 2호선 노선도는 서소문~성동역 구간. 계획은 왕십리~을지로~마포~여의도 구간으로 변경을 거쳐 1976년 순환선으로 바뀌었다. 당시 서울시장이 20분 만에 빨간 사인펜으로 구간을 정했다는 설도 전해지다. 과연 군 출신 서울시장이 심사숙고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선을 그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순환구간이 준공될 때마다 주변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강북의 핵심 도심권을 통과한 1호선과 달리 2호선은 도심(강북)과 대표적인 부도심인 강남권을 연결했다. 인구와 물동량이 많아지며 2호선 주변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하철 2호선의 최대 수혜지역은 테헤란로와 강남역 일대. 서울시 지하철 2호선의 2단계인 강남 구간 개통으로 개발 바람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전체 구간이 완공된 1982년까지만 해도 허허 벌판이나 다름 없던 테헤란로를 시작으로 스카이 라인이 달라졌다. 삼성역과 선릉·역삼·강남역 일대가 번화가로 바뀌더니 신사동과 서초동 지역까지 개발 열기가 퍼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정부의 오랜 염원을 현실로 만들었다. 1960년대 말부터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해 강북에 집중된 서울 인구를 강남으로 옮기려 각종 지원책을 펼쳐왔다. 2호선 완전개통 이후 더 이상 새로운 유인책을 쓰지 않아도 사람들과 돈이 강남으로 모여 들었다. 지하철 2호선은 강남 신화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였던 셈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1구간이 뚫리기 직전 서울 인구는 약 752만명. 여기서 489만명이 강북에, 나머지 263만명이 강남에 살았다. 65 대 35였던 서울 강남북의 인구 비율은 2호선이 완전 개통된 이듬해에는 54 대 46으로 좁혀졌다. 요즘에는 51% 이상이 강남지역에 거주한다. 사람과 돈이 몰리면 부동산 가격에서도 차이가 나기 마련.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선도적으로 주도한다.

중앙대 허식 교수팀의 연구논문 ‘서울시 강남지역과 강북지역간 지가 격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강북지역 3개구(노원·도봉·강북)의 지하철 역은 28개로 강남 지역 3개구(강남·서초·송파) 76개소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대표적인 교통 인프라인 지하철과 도로망 완비 등은 강남북 간 지역 격차를 벌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남 개발 초기 정부는 주요 입시학원의 4대문 밖 이전과 명문 고교의 강남 이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으나 지하철 2호선만큼 큰 유인 요인은 없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선보인지 36년. 정부의 정책 목표는 과거와 정반대다. 벌어진 강남북 간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과제다. 서울은 물론 전국의 지하철 가운데 가장 많은 하루 204만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는 근시안적 정책과 편중 개발의 역사가 담겨 있다. 지하철 순환선은 서울을 넘어 주요 도시로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공과를 보다 정교하게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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