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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대한민국

지난 29일 분노한 국민들이 전국 곳곳의 광장에 모여 현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분노했다. 지난 29일 도심 곳곳의 광장에 국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들부터 또래 친구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온 중고등학생, 머리가 하얗게 센 노년층까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한뜻으로 모인 국민들이 ‘광장’에 집결했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저항의 목소리를 보태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서다. 집회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이른바 ‘집회꾼’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와 관련된 의혹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 이제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국가 예산편성부터 장·차관급 인사까지 쥐락펴락했다는 목격담·증언·태블릿PC 파일 등이 더해지면서 국정농단 스캔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정치권의 비리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규모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왜 유독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것일까. 배신감 때문이다.

“배신감 느끼려면 믿음부터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일부 시민들은 “배신감을 느끼려면 먼저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신감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간에 투표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가원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이번 스캔들은 그간 숱하게 존재했던 정경유착형 비리 중 하나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혈세 낭비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치욕적이라 할만한 스캔들이 불거진 것 자체가 국가의 위신을 바닥에 떨어뜨린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목소리를 냈다.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가 현실이 된다. 1987년 6월 10일, 가슴에 품고 있던 흰 손수건을 꺼내 흔들며 ‘6·10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시작됐듯이 29일 청계광장에 모여든 국민 수만 명은 손에 든 촛불을 밝히며 집회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 사상 최저치 경신…15.5%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0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9.5%P 하락한 19%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9월 4주차 결과는 33.9%였다.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최씨의 세계일보 단독 인터뷰가 나간 27일에는 15.5%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10.3%P 급등하며 74.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7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뢰도 높을수록 정권 심판·보복심 커져”

특히 가장 큰 폭으로 지지층이 이탈한 지역이 부산·경남·울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도가 높을수록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해당 지역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대비 16.3%P 떨어진 16.9%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지지율도 11.9%P나 떨어지며 33.2%로 내려앉았다. 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업에 대한 충성도·신뢰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배신감을 느꼈을 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그레고어 교수와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피셔 교수가 2008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배신감을 느낄 경우 사랑이 증오로 바뀌어 응징하려는 보복심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한 신뢰를 보여줄 것만 같았던 지지층마저 이탈하기 시작할 경우 시간이 갈수록 반전의 기회를 잡기는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검찰이 최순실씨를 비롯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고는 있지만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의 강제수색은 불발되고 7상자 분량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전달받았을 뿐 아니라 핵심인물인 최씨의 수사도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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