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8인이 20일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의 탄핵 추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야 3당 지도부에 건넸다. 검찰이 이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면서 탄핵에 돌입할 법적 명분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지도부가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야권 주자들의 요구에 동감하면서도 탄핵과 총리 선출의 시기를 놓고 온도 차를 달리하면서 탄핵 절차가 순탄하게만은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8명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비상시국 타개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하여 탄핵 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추진을 논의할 것을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우리는 촛불민심과 국민 의사를 폭넓게 수렴해 대통령 퇴진과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세부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야 3당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촛불집회를 통한 하야 운동에 동참하면서 사퇴의사가 없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국회가 추진하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 총리 추천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새누리당의 반성과 새누리당 인사의 법적 처벌,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등 대통령의 국정운영 중단 등을 요구했다.
대권 주자 6인이 대통령의 탄핵 절차 돌입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야권도 탄핵 절차 돌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탄핵에 돌입하겠다고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날 검찰수사 결과 대권주자의 요구 사항 등에 따라 탄핵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검찰 발표로) 탄핵 요건이 갖춰졌다”며 “새누리당 비박들을 접촉해보니 의결정족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26일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대통령의 자진 사퇴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탄핵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대통령 탄핵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이날 모인 의원 35명 중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 동감했고 참석하지 못했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핵 절차와 함께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는 대선주자의 요청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 민주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급작스럽게 총리 선출 논의가 진행될 경우 대통령 퇴진, 탄핵 정국의 블랙홀이 되지 않겠느냐”며 “추후 지도부 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국민의당 위원장은 탄핵 절차 돌입에 앞서 총리 추천이 먼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의 선임이 더 우선했으면 좋겠다”며 “퇴진할 대통령에게 총리를 임명받을 수 있겠느냐고 하는데 이는 헌법파괴적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리 선출 여부와 함께 과도 내각의 임기, 조기 대선 여부 등 박근혜 대통령 퇴진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잠룡뿐 아니라 야 3당 지도부 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탄핵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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