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미국 워싱턴 시내의 워터게이트 호텔.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누리던 맥거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 배관공으로 위장한 CIA 정보부 요원들이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한다.
그러나 우연히 이 도청장치가 발견되고, 범인들이 체포되면서 ‘배후에 대통령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게 정가에 퍼지게 된다.
당시 중국과의 국교 수립 등으로 외교적 성과를 냈음에도 국민적인 인기가 없었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즉각 ‘자신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주장했지만, 속속 밝혀지는 증언과 증거들로 인해 닉슨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다.
결국 1974년 여름, 탄핵소추안이 상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해지자 닉슨은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막고 자신의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 퇴진’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1972년의 미국, 2016년의 대한민국.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상황은 너무나 닮아있다.
진실을 외면하는 대통령,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참모진.
40년 전 ‘워터게이트’ 사건이 현재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잘못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에 동조하거나 애써 외면했던 사람들의 책임 있는 사과와 용기 있는 판단이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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