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입수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파일과 문자 등에서 최순실 씨가 ‘권력서열 1위’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13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라고 지시했다. 2013년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4일 앞두고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는 최 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기초노령연금’의 축소 논란 등으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시기다. 청와대는 매주 월요일마다 열던 수석비서관 회의를 4주째 열지 않고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의 녹취파일에는 최 씨가 2013년 10월 29일~30일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 통화를 걸어 대통령 순방 전 기자회견을 열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 전 비서관이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연 전례는 없다고 답했고 최 씨는 ‘국무회의를 열든지 안 되면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 것’을 주문했다. 정 전 비서관이 ‘준비하기 힘들다’며 주저하자 최 씨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준비하라’며 정 전 비서관을 채근했다.
이후 12시간 뒤인 2013년 10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고 박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여러 의혹을 확실히 밝히고, 선거 개입 의혹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토대가 된 ‘대통령 말씀 자료’도 최 씨가 사용한 태블릿PC에 있었다.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나고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 해서 잘됐다,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 자리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차은택 감독은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서열 1위가 최순실이냐’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다른 기사나 정보를 취합했을 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주환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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