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유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 춘제(春節·설) 성수기 특수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현지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조치의 고삐를 새해부터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중국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은 최근 한국의 일부 항공사들이 새해 1월27일부터 2월2일까지 이어지는 춘제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대비해 신청한 전세기 취항을 불허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도 “일부 국내 항공사가 춘제 기간에 맞춰 신청한 전세기 취항에 대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불가 입장을 통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현지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이 당분간 한국행 부정기 노선에 대해 허가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중국 당국이 저가 관광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 차원이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후속조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지난 10월 구두지침을 통해 한국행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자국 여행사에 통보한 데 이어 유커 수를 통제하기 위해 새해부터 한국행 전세기 운항마저도 통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 등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월 평균 5편 내외의 부정기 항공편을 운영해왔다. 제주항공은 1월 장쑤성~인천 2개노선 등 6개 노선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장 춘제 등 중국 명절 연휴 기간 전세기 운항으로 특수를 누려온 제주항공 등 일부 저가항공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장 등 중국 유명여행지에 부정기편을 운항하는 국내 대형 항공사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 업체 관계자는 “1월뿐 아니라 2월에도 운항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는 지난 7월 91만명에서 11월에는 52만명으로 5개월 사이에 절반가량 줄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의 보고서를 인용해 새해 춘제 연휴 기간 해외여행 인기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지난해 3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강도원 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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