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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글로벌경제를 말한다] 류루이 "트럼프 '보호무역 공약' 강행 힘들어...G2 무역관계 악화 안될 것"

■ 류루이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美 의회·제도적 제약 등으로 트럼프 독단적 행동은 무리

TPP 용도폐기 수순에 나서며 美 국제무대 목소리 약화 예상

中은 통상외교 위상 강화에도 RCEP 추진 속도조절 할 듯

中 경제 불안정성 안고 있지만 가파른 경착륙 가능성은 적어

최대 위기요인 생산성 하락 극복, 중국 정부 올해의 가장 큰 과제

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만 중국은 결코 급격한 통상·외교정책 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한파 경제학자인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지난 2010년 중국 정부가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중국의 대표적인 중견 경제학자다. 국가경제발전 전략과 금융·통상 이슈에서 명석한 관측을 내놓아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언론들이 중국 경제를 진단할 때 단골로 인용하는 전문가다.

최근 베이징시 북서쪽에 위치한 인민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류 부원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버락 오바마 정부가 내세웠던 무역협정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용도폐기 수순에 나서면서 국제 통상 무대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작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대항마 추진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부원장은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생산성 하락 △과잉공급 △과도한 부채 문제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중국 기업의 제조업 경쟁력이 머지않아 미국 기업에 뒤처질 수도 있다”며 “기업들의 생산성 하락 추세를 막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7년 글로벌 시장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경제·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어떤 역학관계를 보일지다. 어떻게 진단하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큰 사건이었다. 무역 분야에서 중국산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 정치·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기대감도 크다. 기업인 출신의 전략적 사고방식은 분명 그의 국정운영 방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이후 발언을 보면 취임 후 중국을 겨냥한 무역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미중 무역관계를 비롯해 미국과 세계 각국의 통상 이슈는 결국 글로벌 시장의 구도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의 독단적인 행동과 의지만으로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급격히 회귀하기 힘들다. 보호무역장벽을 쌓는 문제는 결국 미국 의회나 관련 법안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의회의 반발과 법치주의에 토대를 둔 미국식 정치·경제 시스템을 고려하면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강력한 보호무역장벽이 펼쳐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제도적인 제약뿐 아니라 현재 미국과 중국의 긴장 상태 등을 고려해도 양국의 무역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무역관계는 이미 과도한 긴장 상태다. 이 같은 긴장은 글로벌 역학관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보호무역주의 회귀 가능성은 세간의 예측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이 연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도 역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릴 수 있다. 당장 고율 관세로 중국산 수입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들은 수입제품 가격 상승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불공정무역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첨단기업의 기술수출 제한이 무역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TPP는 트럼프 당선인의 탈퇴 선언으로 사실상 발효가 힘들어졌는데.

△글로벌 통상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중국이 주도했던 RCEP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TPP는 사실상 중국 견제용이었다.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TPP가 용도폐기되면서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마당에 중국이 무리하게 RCEP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을 추진할 필요는 줄었다. TPP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로서도 굳이 대항마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올해 RCEP에 추진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응을 보면서 글로벌 통상 외교 무대에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각국 간 무역 이슈들은 양자 관계 협정을 통해 해결하면 충분하다.

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중국 정부는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시장경제 지위는 일종의 개념적인 문제일 뿐이다. 물론 중국이 시장원칙에 근거해 수출 가격을 결정하거나 무역정책을 펼치지 않는다고 보는 미국의 판단을 중국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문제가 양국 무역관계의 큰 대립 요소나 갈등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무역은 두 국가에 이익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무역으로 이득이 생긴다면 시장경제 지위와는 무관하게 양국 기업 간 거래는 물 흐르듯 형성될 것이다. 시장경제 지위를 둘러싼 문제는 일종의 논리 싸움일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초에 벌어졌던 중국 금융시장의 충격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

△중국 경제에 대한 서구의 시각은 가파른 경착륙과 연착륙 위험 두 가지로 나뉜다. 사실 둘 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과 위기를 전제로 한 시각이다. 하지만 서구의 관점에서 보는 방식의 그런 경착륙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다는 것이 중국 학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산능력 과잉 문제와 기업과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그리고 생산성·기업경쟁력 하락 등 세 가지가 위기 요인이라고 판단한다. 석탄·철강·시멘트 등 전통 산업과 태양광·풍력 분야에서의 생산능력 과잉은 여전히 중국 경제를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계획경제는 결핍 경제이고 시장 경제는 과잉 경제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시장 원칙에 따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생산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석탄과 철강 분야의 과잉생산은 중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공급개혁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서구 금융시장이나 학계에서는 과잉생산보다는 오히려 금융 기업부채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의 부채 이슈는 조금씩 해소되고 있는 추세라고 판단한다. 놓쳐서는 안 될 점은 중국 정부는 지방 정부의 문제는 지방 정부의 책임하에 스스로 해결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같은 해결 방식은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 문제를 중앙 정부 차원으로까지 확산시키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일차적으로 지방 도시의 부채 이슈는 지방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일부 도시가 이 과정에서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지만 부채 이슈 해결에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최근 정부가 나서 자산관리공사를 통한 출자전환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부채와 과잉생산에 비해 중국 기업의 생산성 하락의 문제는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최대 위기 요인은 바로 이 생산성 하락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인건비와 토지비용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의 제조원가와 미국의 제조원가 차이가 겨우 5% 정도로 좁혀졌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8년에는 미국보다 오히려 2~3%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기업들의 이 같은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비용부담 감축과 기술력 발전에 근거한 총요소생산성(노동생산성뿐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본투자 금액, 기술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제조원가 인하만으로는 더 이상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기술력 향상을 통한 중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가 경제 둔화를 극복하려는 중국 당국의 올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1996년 53%에서 최근 48% 수준으로 떨어진 총요소생산성을 2020년 60%까지 올릴 계획이다. 중국의 제조업을 독일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제조 2025’ 정책도 이 같은 총요소생산성 증가 정책의 일환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 불안과 외환유출 가속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의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 달러화 강세가 전 세계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등 해외 투자 확대 정책으로 달러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급증 등까지 겹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외환보유액이 하락 추세이기는 하지만 중국 경제를 당장 위협할 정도의 위험 요소는 아니다. 외환유출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시기는 현재 3조달러를 웃돌고 있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달러로 급감하는 시기일 것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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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국제부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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