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이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15일에도 똑같은 내용의 제의를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또 회동을 제안한 것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그만큼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동맹, 대북 공조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보복에 나서고 있고 위안부와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도 날로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국내도 별로 다르지 않다. 기업 투자와 고용이 줄고 가계는 지갑을 닫으면서 한때 3%를 기대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 중반도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내려갔다. 경제가 이 지경인데도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대선뿐이다. 대권 주자라는 사람들이 내놓는 약속도 국가 경제를 위한다기보다 대부분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가깝다. 이대로 간다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상황이 위중한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에게 단합을 호소하고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 대표와 만나 위기 타개책을 모색하는 것은 권한대행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야당의 주장대로 민생경제 회복,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라도 황 대행과 정당 대표들은 자리를 같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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