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하기 전에 검찰 인사에 대한 청와대 등 권력층의 간섭 배제를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입니다.”(정웅석 서경대 교수)
“공수처가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옥상옥이 됩니다.”(장영수 고려대 교수)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학계와 검찰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1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진환)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한명관)가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공동 개최한 ‘한국의 형사사법개혁: 검찰개혁’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본질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수처 설치를 2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법안으로 추려놓은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7일 공수처 설치법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웅석 교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와 본질적 상관이 없는 공수처 설치, 수사권 분점론 등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인사의 독립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제 발표자인 장영수 교수도 “공수처가 자칫 대통령에게 보이지 않는 손 하나를 보태주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설치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의 틀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우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장도 “부패 범죄를 담당하는 별도의 수사기구는 영미법계 도시국가나 소수의 동남아 국가에만 존재하는 제도”라며 공수처 신설에 반대했다.
한편 수사기관 개편 논의에 앞서 검찰 인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전국 18개 검찰청 검사장을 국민직선제로 선출해 검사장이 청와대가 아닌 국민을 바라보며 민주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며 미국과 같은 ‘검사장 직선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수진 고려대 교수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추천 위원의 수를 줄이고 평검사협의회 추인제도를 도입하며 총장의 임기를 3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임기를 확실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한상훈 연세대 교수는 “여러 검찰개혁 대안 중 공수처가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며 “성공적인 공수처가 되려면 구성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경찰·검찰과의 권한 정립이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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