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의 달이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설레어야 할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실패로 근심에 빠져 있거나 아예 졸업을 미루고 취업 재수를 선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2007년 7.2%이던 청년실업률은 2009년 8.1%에서 2014년 9.0%로 상승하더니 지난해에는 10% 턱밑(9.8%)까지 치솟았다. 졸업시즌인 지난해 2월에는 12.5%로 역대 최고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또다시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아닌 ‘사상 최고치의 실업률 경신’으로 이어지는 한 우리 사회는 희망보다 절망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은 청년실업률과 졸업이 두려운 청년들의 사정과는 별개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청년들을 간절히 찾고 있는 기업도 많다. 실제 중소기업은 채용을 하고 싶어도 오는 사람이 없는 까닭에 부족인원이 26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을 선택한 청년들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마지못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인력난은 더욱 심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감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탓이다.
2015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의 62%가 국가기관·공기업·대기업이었다. 중소기업 선호도는 3%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88.8%가 중소기업이 창출한 것을 감안하면 애석한 일이다. 넓은 문을 놔두고 좁디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대다수 청년들이 시간과 젊음을 낭비하게 만드는 현실이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의 본모습이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양극화의 가장 주된 원인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저성장 시대에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근로자들은 강력한 노조를 기반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히 기업들은 신규채용에 소극적이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돌아간다. 생산성과 동떨어진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는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렇게 높아진 대기업의 임금부담과 노조의 고용기득권은 하청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로까지 이어져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을 떨어뜨리고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용보장과 쉬운 해고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함몰돼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근로조건이나 고용사유에 따라 유연한 고용조정이 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직무·성과급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 간 이직 장벽을 낮춰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하고 근로자들도 오히려 전체 고용시장에서 오래 근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여야 대선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쪼개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법은 대증요법일 뿐이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당장 청년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고착화된 노동시장의 모순을 극복하고 이미 존재하는 빈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다.
이제는 노사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이래야만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꿈을 찾고 중소기업들은 젊은 인재를 구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안고 희망과 설렘에 부푼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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