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실시한다는 연락을 받은 박모(19)양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신입생 OT에서 발생한 음주사고나 성추행 관련 뉴스를 워낙 많이 접해서다. 박양은 “OT를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며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를 피하려면 가는 게 맞지만, 결국 술자리로 이어질 것이 뻔해 걱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2~3월에 이어지는 각종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16일 주요 대학교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에 따르면 OT 등 신입생 환영회 행사에 꼭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인 것은 공감하지만 아직도 청춘의 패기를 술로 측정하는 문화와 장기자랑 강요 등이 불편해 참석을 망설이는 이들이 상당수다.
새내기 대학생들의 이런 고민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 1~13일 약 2주간 2017학번 신입생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8.5%가 ‘음주문제’를 대학생활에서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꼽았다. 2위로 꼽힌 인간관계가 21.6%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음주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새내기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예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반감을 갖기보다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어엿한 성인으로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신입생 환영회가 주는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자신이 누군가에 맞추고 따르는 것을 불편해하는 20대가 많다”면서 “하지만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한 만큼 전통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오던 OT의 악습은 도려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교류의 장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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