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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母기업 주주, 주식 1주도 없이 子회사 경영 쥐락펴락 할수도

<2>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

자회사에 투자한 주주 이익 침해 논란 불보듯

주주경영 강조하는 미국도 제한적으로만 인정

●전자투표제

시스템 해킹·오작동 사고 땐 주총 난장판 될수도

대리권 남발·주주 가장 의결권 행사도 배제못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는 주식회사의 경영 근간을 흔드는 반(反)기업적 민주주의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김병태 영산대 법과 교수)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 입법 논의가 최근 여야의 공감대 속에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명분으로 다중대표소송제와 주주총회의 전자투표 도입 의무화와 같은 쟁점사항들이 고스란히 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가 모기업 주주의 ‘아바타’ 될 우려=가장 논란이 큰 사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여부다. 이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 등을 상대로 경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국내 법조계에서는 자회사를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인 법인격을 갖는 주체로 간주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회사의 부실경영 등이 발생할 경우 모기업 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해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번 상법 개정안의 취지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국제적 추세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다중대표소송제를 법률에 명시한 경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주 경영을 강조하는 미국에서조차 일부 판례로만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을 뿐 성문법으로 제도화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미국의 판례도 다중대표소송을 완전히 허용하는 게 아니다. 모기업이 자회사의 지배적 이익을 보유하고 있는 등의 일부 경우에만 엄격히 한정해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중대표소송제가 전면 도입된다면 어떤 부작용이 빚어질까.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회사에 투자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항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주주평등권이 위배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술적 불안정성이 최대 리스크=전자투표제의 경우 다중소송제와 달리 해외 주요국들에서 보편화한 상태다. 미국 내에서는 지난 2000년 델라웨어주를 시작으로 뉴욕·플로리다·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입법화됐다. 이 밖에도 2001년 일본, 2003년 스위스, 2004년 중국, 2009년 덴마크 등에서도 해당 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도 2009년 상법을 고쳐 전자투표제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해당 제도는 주주가 기업의 동의를 받으면 전자적으로 의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 이사회가 해당 제도 도입을 꺼려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빚어졌다. 일각에서 전자투표제도 시행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다시 개정하려는 것은 이 같은 문제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자칫 주주와 경영진 간 소통·화합의 장인 주주총회가 법적 분쟁의 장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전자투표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IR 담당 임원은 “만약 주총 도중 전자투표 시스템이 해킹당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주총 의결 사항의 효력에 대해 주주 간 찬반 논란이 일어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미 2013년 국내에서는 신한은행·농협은행·제주은행 등의 금융사에서 수만대의 컴퓨터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빚기도 했는데 이 같은 일이 국내 대기업 등에서 생긴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원거리에서 통신망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간편성을 악용해 기업경영 사항 의결 시 대리권을 남발하거나 심지어 권한이 없는 자가 주주를 가장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해도 장기투자보단 단기 시세차익에 연연하는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서면투표제 도입 때와 같이 무용지물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강병훈 전문위원도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주총 참여 저조 현상은 주주 스스로의 의식, 즉 경영참여보다는 투자수익에 관심을 두는 소액투자자의 속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며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주주참여 확대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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