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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뷰] ‘라라랜드’에서 ‘문라이트’로 작품상 번복…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사고 “This is not joke”

할리우드 영화 최대의 축제로 불리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사고가 등장하고야 말았다. 어떤 결과에도 공정성과 깔끔한 진행 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던 아카데미시상식은 수상자 번복, 그것도 하필이면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상에서 수상을 번복하는 대형사고를 저지르며 시상식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말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지미 키멜의 사회로 진행된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여러모로 깔끔하고 보기 좋은 무대였다.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번복이 이뤄지던 순간 / 사진 = ABC 아카데미시상식 중계화면 캡처




당초 예상한 것처럼 13개 부문에 14개의 후보를 올린 ‘라라랜드’의 일방적인 독식수상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핵소 고지’가 편집상과 음향효과상, ‘컨택트’가 음향편집상, ‘신비한 동물사전’이 의상상을 가져가는 등 수상작 역시 ‘라라랜드’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이 비교적 골고루 수상의 영광을 나눠가졌다.

또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상당수가 민주당 계열 지지자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새롭게 당선된 공화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스타들이 ‘블루 리본’을 착용한 모습을 보여줬고, 사회자인 지미 키멜 역시 주특기인 맷 데이먼 개그를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을 풍자하는 유머를 여러 차례 날려주면서 정치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시상식 중 하나로 기억되게 됐다.

특히 89회 아카데미시상식이 유난히 빛난 순간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이란영화 ‘더 세일즈맨’이 수상의 영광을 안은 시점이었다. 여주인공인 타라네 알리두스티와 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해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지만, 아카데미는 ‘토니 에드만’, ‘오베라는 남자’ 등 강력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불참을 선언한 ‘더 세일즈맨’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기는 패기를 선보였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재치있게 흘러가던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마지막 순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형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발표하고, ‘라라랜드’의 제작자와 다미엔 차젤레 감독,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등 배우들까지 모두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말하고 난 후 작품상 수상작을 번복하는 대형사고를 저지른 것이다.

알고보니 시상자인 워렌 비티에게 작품상 수상작이 아닌 여우주연상(엠마 스톤)이 적힌 봉투가 도착했고, 당황한 워렌 비티는 함께 나온 시상자인 페이 더너웨이에게 봉투를 건넨 것. 하지만 페이 더너웨이는 그대로 작품상 수상자로 ‘라라랜드’를 발표하고 말았던 것이다.

‘라라랜드’팀은 수상소감을 모두 밝히고 난 뒤 무대에서 내려가려다 비로소 작품상 수상작이 ‘라라랜드’가 아닌 ‘문라이트’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라라랜드’의 프로듀서는 손을 휘저으며 직접 ‘문라이트’의 이름이 새겨진 봉투를 카메라 앞에 비추고는 퇴장했다.



진행자인 지미 키멜과 시상자였던 워렌 비티는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최초로 벌어진 수상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했고, 결국 지미 키멜은 ‘문라이트’ 팀을 무대로 부르며 “This is not joke”(이것은 농담이 아닙니다)라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번복 끝에 작품상을 차지한 ‘문라이트’와 작품상 수상에 실패한 ‘라라랜드’


이번 수상번복 사태는 단순히 봉투가 잘못 전달되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89년이라는 엄청난 전통을 지닌 아카데미시상식의 입장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실수이기도 했다. 특히나 이 초유의 사태에서 진지한 사과 대신 “This is not joke”를 외치며 수습하려 한 지미 키멜의 태도는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최악의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아카데미시상식의 공정성이 새삼 도마위에 오르는 일은 다행히 없을 것이다. ‘라라랜드’가 1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유수의 영화시상식을 휩쓸어온 ‘문라이트’ 역시 작품상을 타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아니 오히려 할리우드의 전형성 위에 세워진 ‘라라랜드’보다 흑인과 동성애라는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문라이트’야말로 아카데미 작품상 역사상 가장 큰 박수를 받을 법한 진보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수상번복 사태가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가장 도전적이고 의미있는 작품상 수상이 될 수도 있었던 ‘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에 대해 빛을 바래게 만들었다. 애석하지만, 지금 이 사태는 정말로 농담이 아니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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