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이어 일본까지 물가 상승세에 합류하면서 수년간 이어진 주요국들의 저물가 기조가 저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해 2015년 12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를 보였다고 3일 발표했다. 일본 근원물가는 지난해 1월부터 마이너스로 접어들어 2월에 잠시 0.0%를 찍었으나 7∼9월에 낙폭을 -0.5%까지 늘리는 등 10개월 연속 하락행진을 이어왔다. 근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가격변동이 심한 신선식품을 제외한 것이다.
물가와 더불어 일본 상장기업의 수익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상장기업의 2016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3%로 3년 만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ROE는 기업의 자기자본에 대한 순이익 비율을 나타낸 지표로 기업 수익성의 바로미터다. 기업 수익성 회복은 소비의 질 역시 향상되고 있음을 뜻한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연구원은 “일본 CPI는 연내 1%까지 오를 것”이라며 “양적완화로 푼 돈을 시중에서 회수하는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 슐츠 후지쓰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경제 전반을 봤을 때 기업 생산이나 수출 분야의 호조로 봄부터 여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비슷한 기간 대규모 양적완화를 이어온 유로존도 2일(현지시간) CPI가 2%를 기록하며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에 다다른 것은 201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미국도 1월 소비자물가가 약 4년 만에 최대폭(0.6%)으로 오른 1.6%를 기록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물론 일본 CPI는 목표치에 못 미치고 유로존 물가 상승도 에너지 가격 인상에 근거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미국과 유로존·일본의 동반 상승세에 글로벌 주요국의 경제체력이 함께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물가 상승 발표가 중앙은행의 정책을 금명간 크게 바뀌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출구전략에 대한 압박은 점차 가속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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