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제1야당인 공화당의 제라르 라르셰 상원의장은 이날 피용 전 총리의 거취를 논의한 당 지도부 긴급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정치위원회는 광범위한 의견교환을 거쳐 피용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유력한 대체주자로 거론돼온 알랭 쥐페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성명을 통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화당에 피용 카드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지율이 낮은 피용을 대신해 우파 및 중도파의 지지율을 흡수, 대선정국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됐던 ‘쥐페 카드’가 사라지면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4월23일)는 종전대로 극우파인 르펜 국민전선 후보와 중도파 마크롱 후보 간 각축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현지 여론조사 업체 오피니언웨이는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와 마크롱 후보가 1,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고 이어진 5월 결선에서 마크롱 후보가 60%의 득표율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대다수 전문가는 후보가 압축될 경우 극우 성향에 반감을 품어온 프랑스인들의 정서상 마크롱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견했다. 마크롱은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의 여론조사에서 지난주 27%의 지지율로 사상 최초로 르펜 후보를 앞서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주요국들의 자국 이기주의 기조가 극우주의로 번지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역시 극도로 커지고 있어 섣불리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이날 “마지막 의무는 르펜의 당선 저지”라고 발언할 정도로 프랑스는 물론 국제사회가 르펜의 당선 가능성을 바짝 경계하고 있다. 르펜 후보는 유럽연합(EU) 탈퇴, 프랑화 부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될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이상의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지지율은 최근 불거진 부패 혐의에도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여론조사대로 중도좌파 성격인 마크롱이 당선된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EU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게 되지만 마크롱 후보가 사회당에서 독립한 신예 출신으로 정권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무역·이민정책 등을 지지하면서도 법인세 인하와 연금·실업 등 복지제도의 수술을 예고한 그의 정책은 집권 사회당과 야당 모두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르펜과 마크롱 후보의 부상은 1958년 이후 지속된 공화·사회당의 프랑스 양당 체제가 약 60년 만에 깨진다는 뜻”이라며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60년간 번영해온 EU도 풍전등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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