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킨 대학로의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 ‘샘터 사옥(사진)’이 매물로 나왔다. 샘터 사옥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 씨가 설계하고, 그의 제자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증축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서울시에서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건축적 가치가 큰 건물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샘터 사옥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샘터 사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통해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여의치 않아 현재는 자체적으로 매수자를 찾고 있다.
샘터 사옥이 매물로 나온 것은 소유주였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작년 5월 별세한 후 자녀들이 처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샘터 사옥 건물과 토지는 출판사 샘터와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부인 및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 샘터사 관계자는 “고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경우 임차인들로부터 임대료도 많이 받지 않는 등 수익보다는 공공을 위해 샘터 사옥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자녀들도 이 같은 선친의 뜻을 따르고 싶었지만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위치해 있고,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등 여러모로 매력적인 건축물이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희망가격을 맞추기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도자 측은 샘터 사옥을 330억원 수준에서 매각하길 원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270억~280억원 수준에서 매입하길 원하고 있다. 향후 신축이나 증축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샘터 사옥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매수자가 샘터 사옥을 매입해 수익을 내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실제 몇몇 부동산자산운용사들과 개인들이 샘터 사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나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물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수익률이 맞지 않아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샘터사 측은 이에 대해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며 입장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79년 준공된 샘터 사옥은 김수근 건축의 정수인 붉은 벽돌 건축물의 효시로 꼽힌다. 샘터가 들어선 후 김수근 씨가 설계한 또 다른 작품들인 아르코 미술관(1979년 준공), 아르코 예술회관(1981년 준공) 등이 주변에 자리를 잡으면서 붉은 벽돌 건물은 대학로의 상징이 됐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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