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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연출가 김광보, 헨리크 입센 작품으로 또 적중

세월호 사태 직후 침몰하는 사회 투영
헨리크 입센 원작 ‘사회적 기둥들’ 연출 이어
권력을 둘러싼 인간 내면 갈등 탐구
‘왕위주장자들’ 시극단 20주년 기념 무대 올려
31일 세종문화회관서 개막

  • 서은영 기자
  • 2017-03-15 11:13:33
  • 문화

연극, 왕위주장자들, 헨리크 입센, 김광보, 서울시극단, 세종문화회관

시대를 읽는 연출가 김광보, 헨리크 입센 작품으로 또 적중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왕위주장자들’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 출연 배우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극단관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극심했던 2014년 11월 서울 LG아트센터에 화제의 연극이 있었다. 근대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르웨이 국민작가 헨리크 입센의 ‘사회의 기둥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이다. 연출가는 당시 극단 ‘청우’ 대표였던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기울인 무대 프레임을 설치하고 액자형 무대 속에서 위선과 음모, 탐욕으로 가득한 사회를 조명했다. 연극을 본 관객들은 140여년 전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도 대사 하나하나가 중심을 잃고 침몰하는 한국 사회와 세월호를 떠올린다며 몸서리쳤다.

그로부터 약 2년 5개월이 흐른 지금 김 감독이 다시 한번 헨리크 입센의 작품을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서울시극단 단장으로서 극단 창단 20주년을 위해 준비한 연극 ‘왕위주장자들(Kongs-emnerne)’이다. 원작(헨리크 입센), 번역(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 각색(고연옥 작가) 모두 ‘사회의 기둥들’을 함께 무대에 올렸던 이들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작품 발표 154년만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연극이 3년 전 ‘사회의 기둥들’처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이라도 한 듯 소재와 시기가 모두 맞아떨어졌다”며 언론과 평단의 관심도 쏠렸다. 김 감독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왕위주장자들’ 제작발표회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이 작품은 3년 전 서울시극단 단장을 맡을 때부터 계획한 작품”이라며 “대선과 맞물려 의도적으로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절망의 시기를 지나 희망을 제시하기 위한 작품”이라며 “한편으론 민중이 희망을 품었던 인물이 과연 희망이 될만했는지 의문을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시대를 읽는 연출가 김광보, 헨리크 입센 작품으로 또 적중
스쿨레 백작 역의 배우 유성주 /사진제공=서울시극단
시대를 읽는 연출가 김광보, 헨리크 입센 작품으로 또 적중
호콘왕 역의 배우 김주헌 /사진제공=서울시극단
시대를 읽는 연출가 김광보, 헨리크 입센 작품으로 또 적중
니콜라스 주교 역의 배우 유연수 /사진제공=서울시극단
13세기 노르웨이, 스베레왕 서거 후 벌어진 왕권 다툼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는 권력을 탐하는 세 인물이 나온다. 자신의 소명을 확신하며 스스로가 왕위를 이어받을 적임자라고 믿는 호콘왕(김주헌)과 왕 서거 후 6년간 섭정하며 왕국을 자신의 것이라 믿게 된 스쿨레 백작(유성주), 그리고 이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니콜라스 주교(유연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전체 5막 중 1막 전투장면 일부를 시연했다. 호콘왕은 어머니 잉가부인이 불에 달군 쇠를 만지는 불의 시련을 당하게 하면서까지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은 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한다. 호콘왕 역을 맡은 배우 김주헌이 “이 환란의 시대에 이 나라를 가장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나요”라고 외친다. 하지만 스쿨레 백작을 비롯한 여러 왕위 주장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이지만 방점은 인물 내부의 갈등에 찍혀있다. 현대인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로 꼽히는 스쿨레 백작은 군중 앞에선 확신에 찬 듯 보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엔 스스로가 리더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의심한다. 김 감독은 “세 인물의 내면 속 심리 상태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우리 시대와 잘 맞아 떨어질 수 있는지, 대본을 본 순간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김 감독과 김미혜 교수가 주축이 되어 헨리크 입센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하다. 입센의 대표작 ‘인형의 집’을 제외하곤 번역본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2010년 ‘헨리크 입센 모던연극의 초석’이라는 연구개론서를 내며 국내 입센 연극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입센의 연극은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지만 국내에선 오랜 기간 소외됐다”며 “입센의 주요 작품을 연극으로 소개하며 ‘입센 르네상스’를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3월31일~4월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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