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이 100조원을 다시 넘어섰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부담에 1년 이하 초단기물 매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가 보유한 원화 채권의 현재 투자자금 평균 회수기간(듀레이션)도 3.7년으로 지난 1월보다 0.2년 줄어들었다. 이는 그만큼 외국인들이 채권의 만기를 짧게 가져간다는 의미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1일 기준 외국인투자가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은 10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자금이 들어왔다면 올해는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자금이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원화 채권 시장으로 유입됐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초 100조원 벽이 무너진 후 연말 80조원까지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1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에 싼값에 원화 채권을 사기 위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려들었다. 여기에 중국계 자금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시장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여전히 국내 채권 시장의 후원군 역할을 한 것도 원화채 투자 열기를 키웠다.
하지만 올 들어 외국인은 원화 채권을 사들이면서도 단기 채권에 집중했고 국채보다 더 만기가 짧은 통안채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외국인은 1년 미만 채권은 2조2,520억원, 1~3년 미만은 1조5,403억원 사들인 데 반해 5년 이상은 9,680억원 매수하는 데 그쳤다. 3월도 마찬가지다. 1년 미만은 9,710억원 매입하고 1~3년은 7,710억원 사들였지만 5년 이상 장기물은 5,180억원 매수해 단기물의 절반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1년 이하 초단기물 순매수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매수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채 매입이 늘어나면서 매수세가 언제 매도로 돌아설지 불안한 상황”이라며 “4월 중 추가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 자금이 이탈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