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배우 최민식이 2003년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 에 근친상간 이야기가 들어간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드보이’는 최민식에게 제24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이다.
최민식은 20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드보이’는 제작사 대표와 일본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출발했다”면서 “영화화를 결정한 뒤 ‘근친상간’ 이야기 부분에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쳤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어느 날 제작사 대표가 ‘올드보이’란 만화책을 본 적 있냐?‘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니 다음에 만날 때 가져와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읽어봤는데 뭔가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였다. 사실 만화는 지루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이 바로 떠오르면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집에서 술 한잔을 먹으며 박찬욱 감독과 아이디어를 논의했던 최민식은 보름 뒤에 시놉시스를 들고 나타난 박 감독과 다시 한번 조우했다고 한다. 완성된 시나리오 초고는 만족스러웠다. 다만 근친상간 이야기에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좋더라. 그런데 어릴 때부터 학습된 게 무섭다고 해야 하나? 과연 한국에서 ‘근친상간’ 이야기가 통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어 반대 의견을 제시했는데, 박찬욱 감독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모르고 그랬잖아요’ 그 말 하나로 바로 납득이 됐다. 오대수의 성적취향이 아니지 않나. 근친상간이 문제가 된다면 결국 ‘오이디푸스’ 이야기도 우리나라에선 이해될 수 없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렇게 단박에 의구심이 정리되자 영화 진행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다고 한다. 최민식은 “영화는 그렇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수동적으로 따르기 보단 ‘쿵짝’ ‘쿵짝’ 만드는 재미가 아주 괜찮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세상이 최민식을 흔들어놓으면, 그는 그냥 ‘올인’하고 같이 뛰어드는 배우이다. 그는 “대본이 나오면 좋으니 뛰어들자, 싫으니 하지 말자 이건 제 스타일이 아니다. 사실 앉아서 못 기다리겠어요. 같이 해야 직성이 풀려요.”라며 감독의 세계에 같이 뛰어들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영화 제작자로 나서고 싶은 건 아니다. 최민식은 “제 과는 그런 과가 아니에요”라며 바로 선을 그었다.
“개인적으로 감독이 제작을 겸하는 걸 안 좋아해요. 사람이기 때문에 제작을 겸하게 되면 영화 외적인 것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일례로 제작사 쪽은 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일 뿐 아니라 배우 및 스태프가 점심에 뭘 먹었나. 가격은 얼마인가까지 신경 써야 한다. 영화 만드는 데 돈이 한 두푼 들어가는 게 아니다. 감독은 영화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배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저는 정말 못해요”
한편, 최민식은 4월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에서 서울을 사랑하지만 권력을 더 사랑하고, 그 권력을 오직 시민들을 위해 휘두르겠다는 서울시장 ‘변종구’로 열연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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