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초 황금연휴에 맞춰 모처럼 가족여행을 계획한 직장인 이상우(38)씨는 여행비용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강원도 여행을 생각 중인데 펜션 등 숙박업소 가격이 평소보다 배 가까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숙박비가 비싸졌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많게는 15만원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 정부는 21일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봄 여행주간(4월29일~5월14일)에 국민들의 국내여행 확대를 당부했다. 이를 위해 숙박·쇼핑·테마파크 등 업체의 이용가격을 최대 70%까지 인하하고 국립공원 야영장 등은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사찰의 템플스테이는 1만원에 제공한다.
다음달 첫주 석가탄신일(3일)과 어린이날(5일)이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국내여행 활성화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과 지역관광 현실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시민들은 관광지 바가지요금에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5월 초는 여행하기 좋은 시기로 전국의 관광지가 붐비지만 정부의 ‘봄 여행주간’ 지정과 휴가 권장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숙박비가 급등하고 바가지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숙박 업계에 따르면 전국 휴양지에 있는 펜션 등 숙박업소 등은 5월 황금연휴에 숙박비를 10만원 이상 올려받고 있다. 실제 강원도 강릉의 A펜션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4인 기준 24만원을 받고 있다. 평소(12만9,000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강릉에 있는 다른 B펜션은 평소 23만9,000원이지만 연휴기간에는 39만9,000원을 받는다고 안내했다.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관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협회 등에서 연휴를 앞두고 바가지요금 등 불법상행위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황금연휴 호재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고 자릿세나 음식값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움직임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부의 대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정부의 TF 회의에서 숙박이나 쇼핑·관광시설의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대형 업체에 한정된다. 그 외의 중소·영세업체들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국내여행을 권유하고 근로자 휴가 및 학교의 단기휴가 등 재량휴업을 권장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5월은 국내 관광 시장 질적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관광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체질 개선이 필요하고 5월은 최대의 여행 성수기다. 한 숙박 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원제 숙박업소는 연휴 때 회원들에게는 방이 없다고 하고 회원가보다 비싼 일반가에 방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업계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져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이두형·이태규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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