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돼 대표 물러난 운용사
25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된 부동산자산운용사인 A사는 최근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이에 앞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B씨도 회사를 떠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설립 1년도 안 돼 대표가 모두 그만두게 됐다.
A사는 곧 후임 대표를 선임해 조직을 추스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그간 많은 운용사들이 생기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쓸만한 인물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문제가 A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 개정 후 1년 반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적인 전략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운용사를 차린 곳들은 조만간 자본잠식 등으로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일회성 실적이 아닌 꾸준하고 지속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나 투자자산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선 곳들만 생존하고 그렇지 않은 곳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운용사 M&A 사례 생길 듯
이처럼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의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운용사를 인수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새로 받았으나 최근 자산운용규모가 1조원이 넘는 리츠 AMC를 인수하면서 기존 인가를 반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운용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으나 한계를 느낀 나머지 시장에서 검증된 인력과 조직을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무궁화신탁과 같은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무궁화신탁이 인수한 리츠 AMC에는 3곳 정도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아예 부동산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운용사 간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무궁화신탁처럼 새롭게 부동산 투자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들 중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아예 운용사를 인수하려는 곳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에이알에이(ARA)에셋매니지먼트의 경우 현재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워버그핑크스와 M&A을 진행하고 있으며, M&A 후에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국 지사인 ARA코리아를 통해 부동산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 할 숙제.. 자산관리 회사와의 공생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에는 여러 역할을 하는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산관리업체(PM)와 시설관리업체(FM)들도 그 중 하나다. PM사와 FM사는 부동산 자산의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임차인 유치와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동산자산운용 규모 기존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해 PM사를 설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대거 생겨나고 업의 외연 자체는 날로 확장되고 있지만 PM사와 FM사는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자산운용사가 PM사를 고용하고, PM사가 FM사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경쟁이 발생하고, 수수료를 가능하면 낮게 책정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한 PM사 고위관계자는 “PM 수수료는 10년 전과 비교해 큰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과거 보다 못하다”고 설명했다. 돈을 적게 주고 우수한 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지난 2월 발생한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업계에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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