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일으킬까,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대선이 불과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화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단일화 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는 핵심 당사자인 후보들이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서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경우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원칙이 대선 막판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호남 표심 사수’라는 실리와 ‘박근혜 정권 창출 세력과의 연대 불가’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험난한 대선 국면을 돌파해왔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단 한번도 찬성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오히려 영호남 양쪽에서 지지율이 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국면 전환을 위한 마지막 반전 카드로 단일화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도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유 후보는 겉으로는 연대가 힘든 이유로 ‘안 후보의 이념·정체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 속내는 따라잡기 힘든 지지율 격차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시점에서 안·홍·유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한다면 안 후보가 중도·보수 진영의 최종 주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보수 적자’로 인정받은 뒤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홍·유 후보의 구상은 송두리째 허물어진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배경 역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정당별 이해관계 역시 첨예하게 얽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한국당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당선돼야 ‘제1야당’으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 강한 선명성을 부각한다면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의 표심을 업은 안 후보가 당선되면 당장 한국당의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부터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이 안 후보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일단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것 역시 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바른정당의 경우 유승민 캠프 소속 인사들을 제외한 의원들은 대체로 3자 단일화를 적극 요구하는 모습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고 있는 유 후보가 그대로 완주해 대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 당은 존폐 위기에 직면할 게 뻔하다.
이처럼 겹겹이 쌓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대선 막판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마지막 승부를 봐야 하는 안 후보는 막판 대역전을 위한 필승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보수 진영의 홍·유 후보 역시 당 소속 의원이나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단일화 압박을 받는다면 끝까지 완주 의지만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선동 한국당 종합상황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켜볼 것”이라며 “안 후보의 하락세와 홍 후보의 상승세가 맞물리는 순간이 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대 시나리오는 3자 단일화와 양자(국민의당·바른정당 또는 한국당·바른정당) 단일화 방안이 동시에 거론된다. 3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대선이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판세는 예측불허의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자 단일화에 그치면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 대표 겸 원내대표는 “투표용지 인쇄 전인 29일까지 3자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윤석·빈난새·하정연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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