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이 꼽는 불법 주정차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차공간 부족이다. 차량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아파트 등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주차장 규정은 17년 전 그대로여서 만성적인 주차난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별 주차장 편중 현상도 심각한데다 일부 식당 등은 주차장을 영업장으로 변경해 쓰기도 해 체감 주차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승용차는 2,000만대를 돌파했다. 4인 가족 기준 1.55대의 차량을 보유하면서 사실상 ‘1가구 2차량’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서울 도심 아파트들은 지난 2000년 제정된 ‘1가구 1차량’ 건축 규정을 여전히 따르고 있다. 현행 주차장법은 아파트를 지을 때 전용면적 85㎡ 이상이면 가구당 주차 대수를 1대 이상, 60㎡ 이하이면 0.7대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량 2대를 보유한 가구가 많지만 주차면적은 보유 차량의 절반 정도만 제공 받고 있다.
지역별 주차장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가 주차장은 251만면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승용차 247만대보다 많다. 하지만 지역별로 뜯어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주택가 주차공간이 차량보다 부족한 곳은 종로·영등포·금천·중구 등 9개로 전체의 36%에 달했다. 특히 종로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75.1%에 불과해 4대 가운데 1대꼴로 주차할 곳이 없다. 반면 은평구는 122%로 주차장이 차량보다 20%가량 더 많다.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꼼수’도 주차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신사동 일대 곳곳의 대형 카페들은 주차장에 테이블을 설치해 테라스로 활용하고 있다. 현행 주차장법 위반이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땅값이 평당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강남에서는 주차공간을 영업공간으로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에서 건물 부설 주차장을 부적절하게 이용하다가 적발된 170곳 가운데 153곳이 주차장을 무단으로 용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주차장의 면수가 지나치게 적다”면서 “주차장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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