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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사업 靈感 얻을 수 있다면...' 소설가·인류학자 모셔오는 외국

미래산업 대응 해외에서는

"메가트렌드 찾는 것은 변화 대비 위한 일종의 보험"

적자에도 미래학자 영입한 포드, 예측 성공 기사회생

구글 등도 10년전부터 자율차·VR·AI 발빠른 준비





포드는 지난 2000년대 들어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2010년까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포드는 2004년 글로벌 트렌드 담당 매니저로 영입한 미래학자 셰릴 코널리를 품에서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대규모 적자도 감원 한파도 코널리에게 털끝만큼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포드에 그의 존재는 중요했다. 코널리는 이에 충실히 보답했다. 2004년 소형차를 선호하는 ‘다운사이징’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했고 2000년대 말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복잡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해 자동차를 판매할 때 옵션을 최소화하도록 조언했다.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고 포드는 기사회생했다. 숱한 위기에도 미래에 승부를 건 집념의 승리였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엔지니어부터 대학교수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구글은 2012년 천재 엔지니어 레이 커즈와일을 영입한 데 이어 다빈치연구소의 시니어 연구원이자 IBM에서 15년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활약한 토머스 프레이, 인공지능(AI)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등 10여명의 미래학자를 확보했다. 시스코 역시 1990년 미래전략을 담당할 책임자로 데이비드 에번스를 고용했다. 에번스는 1993년 인터넷 브라우저가 처음 등장하자 ‘월드와이드웹(WWW)’이 전 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예언을 했고 자율주행차와 가상현실(VR),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도 세상이 주목하기 5~10년 전에 이미 성공을 장담했던 인물이다. 그 덕에 시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2014년 그가 시스코를 떠난다고 선언하자 미국 주요 언론들이 ‘시스코에 수십조원의 시장을 알려준 선지자가 떠난다’고 보도한 것이 과장은 아니다.

이들 미래학자가 하는 역할은 주로 4차 산업혁명과 자신이 가진 영감을 결합해 10년·20년 뒤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이 커즈와일을 영입한 것은 단순히 5년이나 10년 후를 위해서가 아니다. ‘지적 기계의 시대(The age of Intelligent Machines)’ ‘특이점이 가까이 왔다(Singularity is near)’ 등 주요 저서에서 예언된 2045년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현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부소장은 “구글은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이들에게 여행을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 앞으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메가트렌드는 무엇이 될지 영감을 얻고 이를 경영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당부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직관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인류학자·소설가·영화감독 등이 영입 1순위로 꼽힌다. 인텔이 문화인류학자인 제네비에브 벨을 고용하고 아마존이 디즈니픽사와 루카스필름을 거쳤던 H.B.시즈를 아이디어 장관으로 뽑은 이유다. 가상현실을 다룬 소설 ‘스노우 크래쉬’를 쓴 작가 닐 스티븐슨은 우주항공업체 ‘블루오리진’을 거쳐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신비로운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매직리프’의 수석 미래학자(Chief Futurist)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토록 미래학자 확보에 몰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에 대응할 최적의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955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에 선정된 500대 기업 가운데 2015년에도 이름을 올린 기업은 전체의 12%에 불과할 정도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자칫 손 놓고 있다가는 도태되기 쉽다는 위기의식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 대응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수밖에 없다. 미래학자를 통해 10년·20년 뒤 메가트렌드를 찾는 것은 예상하기조차 힘든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선택하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이것이 결국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학자를 고용할 때 제공하는 급여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운전자가 10m 앞만 보는 것보다 40~50m 앞을 내다보는 것이 사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미국 기업들은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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