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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사임당’ 시대를 역행한 용두사미 기대작의 아쉬운 몰락

2017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던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였지만 끝은 조용했다.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4일 방송된 ‘사임당’의 마지막회를 정의하자면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그리고 잘 만들어진 광고드라마였다. 1회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다보니 악인들이 갑자기 몰락하고 모든 갈등들은 순식간에 해결되면서 ‘해피엔딩’을 향해 급하게 전개됐으며, 시간의 흐름을 넘어 현대에서도 만나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이겸(송승헌 분)과 사임당(이영애 분)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을 생략해도 아름다운 영상을 바탕으로 하는 간접광고(PPL)만큼은 세심하게 담아낸 것이다.

사진=‘사임당, 빛의 일기’ 캡처




‘사임당’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017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한류스타’ 이영애와 송승헌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영애의 경우 드라마 ‘대장금’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만큼, ‘사임당’은 ‘이영애가 까다롭게 고른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여기에 쪽대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어 보였던 사전제작드라마이며, 촬영기간만 11개월 제작비 역시 225억이 투입된 만큼 ‘사임당’은 그야말로 대작 중 대작이었다.

소재도 흥미로웠다. ‘사임당’이 대한민국의 어머니상이자 조선시대 수많은 시와 그림, 예술작들을 남겼지만, 그에 반에 연구가 부족했던 신사임당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사임당’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작품성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허술한 전개방식, 엉성하고 뻔한 복선들의 나열이었다. 그나마 사극 부분은 흥미로웠지만, 현대로 넘어와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지윤(이영애 분)의 시집살이와 그를 둘러싼 각종 음모들이 촘촘하지 않게 그려지면서 재미를 반감시켰다. 여기에 조선시대의 사임당과 한국미술사 강사 지윤의 연결고리 또한 약했다. 시대를 오가는 설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움, 초반의 지지부진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유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타임슬립도 꼭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극으로 모든 내용을 전개해도 충분히 흥미로웠을 ‘사임당’에 무리하게 타임슬립을 넣으면서 극을 더욱 진부하게 만든 것이다. 타임슬립은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사용됐던 소재. 박은령 작가는 “제가 이미 썼는데 방영이 늦게 되는 바람에 이렇게 된 부분에서는 서운하다”고 속내를 말했지만, ‘사임당’이 원래 방영예정일이 작년 10월께인 것을 고려하면 그리 억울해 할 부분도 아닌 듯싶다. 아무리 ‘사임당’이 사드문제로 인한 한한령의 여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전에 많은 드라마에서 타임슬립을 활용해 왔던 것이다. 심지어 현재 타임슬립을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드라마 OCN ‘터널’이 정 반대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는 결국 ‘사임당’이 타임슬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사임당, 빛의 일기’ 캡처


여러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였지만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이영애와 송승헌, 그리고 오윤아 등 배우들이 남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연기를 선보이는 만큼 초반 어색함을 주었던 이영애는 회가 거듭될수록 과거 보여주었던 안정적인 연기로 돌아왔으며, 사극 연기가 어색해 보일 것 같았던 송승헌은 예상외로 극에 녹아들면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송승헌의 사극 장르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오윤아는 휘음당을 통해 제대로 된 악역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가기에는 ‘사임당’은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첫 회 시청률 1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후 거듭된 시청률 하락을 경험했던 ‘사임당’은 마지막회에서 8.2%이라는 반토막난 시청률로 마무리를 했다.

‘사임당’의 부진과 관련해 다른 조건들을 탓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사임당’이 전해주는 교훈은 극명하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작품이 부족하고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은 굳이 드라마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의 사전제작의 탓도 아닌 작품 그 자체로 빈 곳이 많았던 ‘사임당’은 결국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한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사례를 보여주며 씁쓸한 막을 내렸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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